얼마 전 양수리에 갈 일이 있었어요.

간 김에 두물머리도 다시 가보고 혼자 사진도 찍고.. 잠시동안 혼자였지만 혼자여서 좋았던 시간을 보냈네요.

그리고 저녁은 제 미식 파트너와 함께 양평에 있는 '산당' 을 찾았답니다.

임지호 셰프가 운영하는 자연요리 전문점이라는 정보를 가지고 찾아갔지요.

음식점에 갈 때 어느 정도 정보를 가지고 가는 것도 좋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백지 상태에서 음식을 접하는 것도

오히려 편견 없이 대할 수 있어서 좋을 텐데.. 이미 너무 많은 사진을 보고 간 터라 괜한 아쉬움.

하지만 사진으로만 100% 전해지지 않는 것이 또 음식이니까요..^^

덩그러니 놓여 있는 웃는 얼굴의 석상.

아이의 미소 같기도 하고 노인의 미소 같기도 합니다.

식당 입구입니다.

들어오면서도 춥지 않도록 배려한 흔적.

'음식은 종합 예술이고 약이며 과학입니다.' 라는 말에 절대 동감해요.

꼭 듣고 보는 것만이 예술은 아닐 텐데, 음식도 더 알려고 노력해야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

내부는 의외로 꽤 밝은 분위기입니다.

꽤 넓지만 썰렁하지는 않고 주로 나이드신 분들이 눈에 많이 띄었어요.

메뉴판에는 요리에 대한 어떤 설명도 없고 세 가지 코스의 이름과 가격만이 적혀 있습니다.

강 - 33000원    일반 한정식을 생각하면 된다고 하구요

하늘- 55000원  이곳만의 특별한 상차림을 원한다면 이 코스가 적합하다고 합니다.

                    '요리에서 종합예술을'이라는 부가설명이 붙어 있어요.

자연- 77000원   4명 이상 주문, 하루 전 예약이 필수라고 해요. 어떤 상차림일지 저도 정말 궁금.

저희는 '하늘' 코스로 주문했습니다.

속을 부드럽게 해주는 현미좁쌀죽으로 시작합니다.

죽 자체의 맛은 삼삼한데 위에 올려져 있는 대추의 단 맛이 아주 잘 어울렸어요.

색이 너무 예쁜 구절판. 저 녹색은 어떤 채소로 낸 색일까요.

전병을 두둑히 내주는 여느 한정식집과는 달리 단 두 장의 전병이 나옵니다.

계란, 버섯, 당근 등을 푸짐하게 얹고 마무리로 대추와 잣을 얹어 매실소스에 찍어 먹으면 ..

여느 구절판과는 맛의 차원이 다릅니다! ^^

깔끔하고 담백하면서도 대추의 단 끝맛이 아주 잘 어울려요.

자연산 민어 회

이곳 요리의 특징이 같이 나온 모든 음식 재료에는 그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도 피를 맑게 해주는 고수와 장을 좋게 해준다는 산초, 그리고 측백나무 소스까지.

회를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매우 신선하고 쫄깃했어요.

돌판에 얹어져 나온 돼지 바베큐.

사진이 좀 흔들렸네요.

누린내 전혀 없이 담백한 맛의 돼지고기와 짭짤한 새우젓, 파채.

같이 먹으라고 나온 푸성귀 샐러드.

돼지고기와 같이 먹으라고 강조하십니다.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이 말 무시하면 안됩니다;;

소스는 복분자와 여러가지 재료를 섞어서 만든 소스라고 하네요.

기름기 전혀 없이 너무 맛있었던 돼지고기.

역시 전 육식파인가 봐요;;

사이 좋게 두 개가 나온 가리비찜.

그냥 보기만 해도 살이 아주 탱탱하죠.

같이 나온 새싹을 얹어 먹으면 향긋하기도 하고..

삼색 경단

개인적으로는 가장 맛났던 요리에요 ^^

감자, 버섯, 단호박을 갈아 만든 경단으로 튀긴 것 같은데도 전혀 기름기가 느껴지지 않으며 부드러우면서도 재료 고유의 맛으로 달짝지근한 맛이 정말 예술입니다.. 소스도 각각 달랐던 것 같은데 경단 자체의 맛과 잘 어울렸어요.

 생강채와 문어튀김

보는 즐거움도 있고 맛도 있었던 요리이지만 생강채가 너무 매워서 좀 남겼다가 살짝 꾸중을 들었어요.

생강을 어떤 방법으로 저렇게 튀겨낼 수 있는지는 참 놀랍네요.

위에 올려진 건 석류알.

소고기요리와 고수.

주인 아주머니께서 요리를 내오면서 고수랑 같이 먹으라고 강조하셨는데

고수의 향이 너무 싫어서 그대로 남겼다가 일장 설교를 들었습니다;;

ㅋㅋ

결국은 코 막고 다 먹었다는..

사실 남기면서도 '이러면 안될 것 같은데..'라는 불안감이 있었는데 그대로 적중한 듯.

새우튀김과 각종 야채튀김

새우는 머리부터 통째로 먹어야 콜레스테롤이 중화된다고 하네요.

같이 곁들여진 연근튀김과 야채튀김들도 단 맛이 나면서 맛있었어요.

전 원래 새우튀김만 먹으면 속이 메슥거리는데 이곳 튀김은 그런 것도 없고..

달맞이 가는 게

방게 두 마리를 통째로 튀긴 것에 유자 소스를 찍어 먹으면 됩니다.

사진으로 이미 접했던 요리이긴 하지만 막상 보니 요리로도 이런 그림을 그려낼 수 있구나.. 하는 감동이.

접시 가득히 그림 그려내는 것보다 얼마나 운치 있는지.

식사 전 마지막 요리에요.

'새해에도 행복하세요'라는 덕담 한 마디와 불을 붙여주시고 밤은 접시 위에서 다시 한 번 맛난 소리를 내며 구워집니다.

알싸한 술 향이 느껴져서 물어보니 복분자 와인 소스라고.

이제는 식사.

아쉬웠던 점 중 한 가지가 개인접시를 잘 안 바꿔주신다는 거에요.

이제까지 나온 요리들은 그렇다 하더라도 이제 본격적인 식사를 하게 되면 접시 교체를 한 번 쯤은 해주셔도 되지 않나 싶네요.

물론 요청하면 해주셨겠지만..

밥을 먹기 전에 먼저 먹으라고 나온 조기와 매생이국.

조기를 왜 먼저 먹어야 하냐고 물어봤더니 조기는 따뜻할 때 먹어야 하는데 밥과 같이 먹게 되면 한 구석에서 식어가며 그 맛을 잃게 되어 조기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없다고 하십니다. 그 말을 듣고 조기 한 마리를 식전에 따뜻할 때 다 먹어보았는데 정말 밥반찬으로만 먹던 조기의 맛이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한 상 가득 차려진 상차림.

너무나도 정갈하게 나온 반찬들.

물론 모두 직접 만드신 거에요.  

된장찌개도 참 구수하고 맛있었는데 반찬들이 전체적으로 좀 짜긴 했네요.

김치도 줄기부터 잎까지 기다랗게 찍어 말아 내놓으십니다.

전체적인 밸런스를 위한 거라고..

김치는 배, 파인애플, 바나나 등을 이용하여 담그셨다고 하시구요.

무엇보다 밥이 너무 맛있었어요!!

고슬하게 잘 지어진 따뜻한 밥에 대추, 밤 등이 들어가 단 맛도 나고..

밥만 맛있어도 식사 한 끼가 정말 달라지네요..^^

식사를 마친 후 2층에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스 느긋하게 쉬며 과일과 커피를 즐길 수 있습니다.

1층 식당과는 완벽하게 독립된 공간으로 이곳 또한 운치 있는 공간.

후식은 두 가지 종류의 과일과 커피가 다이지만 분위기를 벗삼아 행복한 상념에 빠지기에 충분합니다..^^

단순하고 간소한 생활은 그만큼 자유롭다는데

자유를 추구한답시고 오히려 우리는 헛된 욕심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

이런 저런 생각....을 별로 하진 않았고^^;;

어쨋든 건강한 재료로 만든 건강한 요리예술을 맘껏 누리고 온 날이었습니다.

저녁 7시 50분까지는 도착하셔야 식사 가능하시니 참고해보시고

가끔 문을 닫는 일도 있으니 전화로 미리 확인해 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