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메뉴판닷컴을 알게 되어 신입 회원으로 가입을 했는데 여기에 글을 쓰라네요.

제대로 할줄 아는 요리가 없는데 어떻하나 생각하다가 예전에 있었던 바보 같았던 에피소드 하나

올립니다.

나만의 비법 게시판에 어울리지 않는 글이라면 관리자님이 삭제하셔도 됩니다.....^^

작년 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무렵이었습니다.
무료하게 토요일 오후를 보내던 저는 갑자기 비빔국수가 먹고 싶더라구요.
엄마는 외출중이시고 여동생에게 국수 좀 비벼 보라고 시켰죠.
"흥~~"
하는 콧소리만 들려올뿐이었습니다.
"그~~으~~래....?"
그럼, 내가 한번 만들어 보지....

동생은 10 여년 전에 큰 교통사고를 당해 몸이 불편한 상태입니다.
안되는 줄 알면서도 한번 해보라고 시킨거죠
실은 처음부터 제가 만들어줄 요량이었습니다.

팔을 걷어 부치고 이것 저것 냉장고를 뒤졌습니다.
마침 비빔국수를 하려니까 뭐 할줄 아는게 있어야죠
엄마가 하던 방법을 하나씩 하나씩 간신히 생각해 내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김치를 꺼내 썰었습니다.

처음엔 너무 크게 썰어 다시 한번 잘게 썰어서 준비했죠.
냉장고를 뒤져 발견한 오이 한개와 당근 한개도 채 썰어서 준비했습니다.
이게 고명이라는 거죠?  어디서 본건 있어가지고.....
다음엔 뭘 해야 하나?
음~~ 소면을 삶아야 하는데 소면이 없네요.
커다란 냄비에 물을 담아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 놓고 얼른 근처 슈퍼에 가서 소면을 사왔습니다.
조금 있다보니 물이 끓더군요.

소면을 뭉터기로 집어 넣으려니 어느새 옆에서 보고 있던 동생이 한마디 합니다.
"너무 많아, 그걸 어떻해 다 먹어?"
"내가 다 먹을꺼야."
"그리고 한꺼번에 넣으면 엉겨 붙어 떡 돼....  부채 모양으로 이렇게 해야지...."
하며 동생이 소면을 가지런히 냄비에 넣더군요.
교통사고 이후 많은 실의에 빠져서 별다른 활동을 안하고 집안에서만 있는 동생을 보며 안타까웠습니다.

어떻게든 자꾸 움직이게 만들려고 끊임없이 동기 부여를 했었는데 그때마다
동생은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꼼짝을 안하려고 했어요.
동생한테 국수 좀 비비라고 한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였죠.
제 옆에서 이것 저것 보며 이런 저런 잔소리를 하는 모습을 보고 겉으로는 웬 참견이냐며 나무랏지만 제 속 마음은  흐뭇했습니다.
국수가 다 삶아지고 채에 거른뒤 얼른 찬물에 씻었습니다.
식당개 삼년이면 라면을 삶는다고 저도 그동안 보았던것이 있었는지 삶은면을 찬물에 씻어내면 면이 쫄깃쫄깃 해진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습니다.

김치 썰어 놓고 소면 삶아 놓고 자~~ 이제 준비가 끝났습니다. 

비비는 일만 남았죠.
양념을 뭘로 해야지?
일단 고추장을 두 숟가락 정도 크게 떠서 면위에 올려놓고.....
간은 뭘로 해야지?  소금인가 간장인가?
동생한테 물어보니 어디선가 바보 바보 라는 소리가 계속해서 메아리 쳐 들리더군요.
'간장이었구나....'
면위에 떡 하니 버티고 있는 고추장 산위로 간장을 한 숟가락,두 숟가락 따랐죠.
'이정도면 간이 된건가?'   영 감이 안오더라구요.
일단 두 숟가락만 넣고 비닐장갑을 낀손으로 마구 마구 비벼댔습니다.
거 잘 안비벼 지더라구요.
"아이구~~ 아주 떡을 만드는구만. 살살 해야지...."
어느새 다시 옆에서 지켜보던 동생이 한마디 합니다.
"남이사~~~"
일단 제대로 비빈후에 맛을 한번 보았습니다.
"음~~ 이게 뭔 맛이래....?"
맛이 있을리가 없죠?  단지 김치와 소면에 고추장과 간장만 넣고 비볐을뿐이니까요.
"뭔가 부족하다...뭐지?  아! 설탕....."
약간 싱거운탓에 간장과 고추장을 한 숟가락씩 더 넣고 설탕을 두 숟가락 정도 넣고.....
이번엔 참기름과 깨소금도 넣고 정성을 다해 비볐습니다.
한 여름 낮 맛있는 점심을 기대하며.....
비닐장갑 낀 손으로 한움큼 떼어내어 입에다 넣고 우적우적 씹는순간 기절하는줄 알았습니다.
이게~~ 도대체 이게 뭐야?
맛이 너무 이상했습니다. 니글니글 해서 구역질이 날것도 같았고.....
옆에 있던 동생이 조금 먹어보더니 또 한마디 합디다.
"바보,  미원 넣었구나, 설탕 대신에...."
엥? 이런....
단맛이 부족해서 설탕을 넣는다는것이 미원을 넣었던것입니다.
똑같은 병에 담긴 흰색 가루를 아무 생각없이 설탕이라고 생각하고 넣었던거죠.
어떻해요? 이걸 어찌할까요?
버리기는 아까워서 어떻하든 먹어보려고 했는데 입근처에 닿기만 해도 구역질이 나더군요.
미원을 작은 숟갈도 아닌 큰 숟갈로 두 번을 넣었으니.....
그날, 그 무덥던 한여름 낮,
날씨도 푹푹 쪄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그날 점심시간,
동생과 전 배달시킨 비빔냉면을 맛있게도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