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우도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이번여행은 2011년 액땜을 다 해줄 요량이었는지

첫 출발부터 비행기 연착에 우도에서 며칠씩 갇히기도 하고...

어찌보면 흔하지 않는 경험을 한 여행이었습니다.

 

 

배에 오르기 직전 다음날은 풍랑주의보라 우도에서 제주로 나오는 배가 뜨지 않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집에 두고 온 아이들 걱정이 났지만 우도에 들어가보자는 대다수의 의견과

며칠씩 갇히는 경우는 없다는 현지민의 말에

낭군에게 전후 사정을 전하고 하루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맘으로 배에 올랐습니다.

 

 

 

들어가던 때가  이미 해질녁이라 하늘은 점점 붉은 빛을 더해가고 있네요.

 

 

 

우도에 도착, 제주쪽을 바라보니 해는 이미 땅 속을 향해 빠르게 내달리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며칠동안 우도에 갇히게 될 것이라곤 상상조차 못하고...

그저 우도에서 바라보는 석양은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01 전도연이 묵었던 팬션에 투숙하다!

 

 

다음날 아침.

지난밤은 어두워 숙소 앞에 바로 바다가 보일 줄 몰랐는데 베란다로 나서니 바로 바다가 보였습니다.

하지만 숙소에서 보이는 바다는 낭만적일 거란 생각과는 달리 불어오는 바람에 매서워질대로 매서워진 바다는

높다란 파도를 밀어올리며 땅을 향해 전진, 또 전진을 해오고 있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저 높다란 파도에 맞서 사진을 찍어보기엔 용기가 부족하더군요.

 

 

 

바다가 바라보이는 저희가 묵었던 숙소는 올레팬션입니다.

 

 

 

입구에 전도연이 출연한 인어공주 영화 스틸컷이 보이길래 물어봤더니

영화찍을 당시 이곳 팬션 309호에서 6개월간 묵었었다고 하시더라구요.

이 팬션에서 가장 크고, 가장 좋다고 하니 특별한 추억만들기를 하시고픈 분은

이 방을 예약해서 이용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참, 이 팬션의 또 다른 색다른 점 중 하나는 팬션 뒷편에 수영장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여름에 오면 대박일 듯!!

 

 

#02 새로운 여행지 발견! 우도세계전함박물관

 

아침식사 후에도 멈출 기색은 커녕 점점더 세지는 눈발과 바람에 들어가서 관람할만한 곳을 찾던 중

우도 박물관 옆 세계전함박물관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우도박물관이 목적지였으나, 내부사정으로 인해 우도박물관은 무기한 오픈이 연기되었고,

그 옆에 작은 세계전함박물관만이 홀로 자리를 잡고 있더군요.

 

 

처음엔 별 기대없이 추위를 피한다는 느낌으로 들어갔던 이곳!

박물관장님이 일일이 손수 만들었다는 수십척의 모형전함들이 즐비해있던 이곳은 사진 몇장으로 넘기기엔 너무 아쉬워

다른 포스팅으로 좀더 자세히 쓰도록 할께요.

 

이런 남들이 잘 알지 못하는 곳을 발견하는 기쁨! 이것이 바로 진정한 여행의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죠!!

 

 

 

#03 스쿠터 타고 우도 일주!

 

 

세계전함박물관 투어를 마친 후 스쿠터와 전기차를 타고 우도 탐방에 나서보기로 했습니다.

 

 

 

날이 추워 다들 전기카트를 선호하는 이 분위기에서...

 

 

 

과감히 스쿠터에 도전하시는 분이 계셨습니다.

 

 

 

춥지도 않으신지 활력 UP! 입니다.

이분에 탄력을 받아 한분 더 스쿠터에 도전해보려 하셨지만...

이때 날씨는 우도에 사시는 분들도 처음 경험해보는 날씨였다는 점에서 바로 GG.

그러나 용자는 자신의 선택에서 물러서지 않으시더군요!!

 

 

 

우도의 칠경? 중 하나인 우도 등대가 있는 곳에 다다랐습니다.

바닷빛은 저리도 예쁜데, 하늘빛은 우울 그 자체입니다.

 

 

한창 사진 찍기에 열중하던 중 섬 날씨는 정말 변덕쟁이라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 왔습니다.

일부러 사진에 그라데이션을 준 것도 아닌데 한쪽은 먹구름이, 한쪽은 빛내림이 가득했습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 구름이 걷혀나가고,

땅 위에 돌과 풀들은 각각 제 빛을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구름이 걷힌 우도 등대 앞!

이런 경험,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이겠죠?!!!

 

 

그러나 반짝 웃음을 지어주던 것도 잠시, 하늘은 다시금 제 분을 못 이기듯 으르렁거렸고,

잿빛하늘은 하얀 눈발을 흩내리고, 검푸른 바다는 제 몸을 부셔가며 거친 파도를 밀어올렸습니다.

이럴 땐 몸 피할 곳을 찾아들어가는 게 상책입니다.^^;;

숙소로 Go!Go!!Go!!!

 

 

 

#04 우도, 눈으로 덮히기 시작하다!

 

이날 저녁부턴 밥을 해먹기 시작했습니다.

먹는 데 쓰는 돈도 쓰는 돈이지만 더더욱 날씨가 안좋아지면서

우도에선 평생 살아도 거의 볼 수 없다는 눈쌓인 세상... 그것도 아주 많이많이 쌓인 덕에

우리가 나가는 것도, 음식 배달이 들어오는 것도 여의치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연말연초 가족들 음식도 못 챙겨주면서 이러고 있나... 싶은 생각도 잠시 들었었지만

비상사태이니 그런 생각은 우울하게만 할 뿐! 바꿀 수 없는 일에 맘 쓰는 건 삶을 고단하게만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내색은 하지 않으나, 다들 나름의 이유들로 속앓이를 하기는 마찬가지이고,

이럴 땐 이런 상황을 즐길 이유를 찾아 즐기면 되는 것이겠죠.

 

ⓒ 눈 쌓인 우도

 

그래서 찾은 이유가 우도 주민도 경험하기 힘들다는...

연애할 때 남자들이 여행가서 흔히 써먹는다는 배 끊겨서 당일치기 여행이 1박 2일 여행이 되었다는 에피소드 하나 없는 저에게

섬에 갇혀보는 색다른 경험을 그것도 연말, 연초에 걸쳐 해봤으니,

앞으로 평생 이맘때가 되면 생각이 나겠죠!

다만 함께 이 추억을 나눌 이가 낭군이 아니라는 게 쬐콤 아쉬울 따름이랍니다.^^

 

 

ⓒ 쌓인 눈으로 세상의 색은 좀더 단순명료해졌다.

 

다음날이 되어도 날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제주가 저 코 앞인데 갈 수 없는 상황에

어떤 분은 실향민의 마음이 이럴까? 하는 말씀으로 저희들의 마음을 표현하시더군요.

네, 코앞에 두고 못 가는 마음.

단 며칠만으로도 이리 답답한 것을... 그 긴 세월 견디며 살아가시는 분들은 오죽하실까요?

 

 

 

#05 우도탈출!

 

1월 2일.

배가 뜬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떠오르는 태양이 새해 첫날의 그 빛보다 더 눈부시네요.

 

 

 

첫배를 타기 위해 바지런히 움직여 도착한 선착장으로 배가 서서히 모습을 들어냅니다.

 

 

 

제 평생 앞으로 살면서 이날처럼 배가 반가울 날이 또 올까요?

 

 

우도에서 나오는 배의 물거품이 제 눈에 이리 아름답게 보일 수가 없습니다.

다음엔 날 좋을 때 여유있는 맘으로 우도를 느긋하게 즐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