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상권은 대부분 화교가 꽉 잡고 있고, 게다가 인도네시아를 대표할 만한 전통 음식이 없는 관계로 대부분의 음식은 중국의 음식이거나 이를 모방한 음식이라고 볼 수 있다. 과거 정권에서는 화교들을 무척이나 배척하여 한자도 못쓰게 하고, 게다가 98년 폭동때는 많은 중국인들이 참살을 당하는 불상사가 있기도 했는데,(우리나라 박정희 정권때의 화교 말살 정책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과거엔 어땠는지 몰라도 현재는 2,3,4세대 화교들이 잘 정착하여 인도네시아 사회에 뿌리를 내리며 살고 있고, 원주민들과 거진 동화되어 이제는 거의 인도네시아인화 됐다고 봐도 된다. 어쨋든 모진 탄압과 핍박에도 오늘날 이렇게 자리를 잡고 있는걸 보면 중국인들의 끈질긴 민족성을 재삼 확인하는 것 같아 놀랍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다.

오른쪽 사진은 인근 도시의 식당에서 먹은 요리들. 요리 이름을 하나하나 기억하면 좋은데 받아 쓰자니 같이간 손님들에게 실례가 될 것 같고 외우자니 머리가 딸려 그냥 사진 촬영만 했다. 맨 위부터 게살 스프, 쭈꾸미(...라고 믿고 싶다)와 새우 요리, 비둘기 튀김 요리, 소고기와 시금치 요리...

이노므 식당은 자존심인지 아니면 나름데로의 비즈니스 전략인지, 미리 전화로 요리를 주문해놔도 준비를 안해논다. 그리고 한명이 먼저 가서 식혀도 1인분만 서빙하고 손님들이 다 와야지나 요리를 시작한다. 덕분에 30분이나 앉아서 떠들다가 배가 고파져서 맛있게 먹을 수 있긴 했지만... 싸가지고 간 소주 4병을 셋이서 빼갈잔에 따라 마시고나니(한병에 12잔) 잔이 작아서 그런지 금방 취기가 올랐다.(그래서 요리 사진이 뒤로 갈수록 상태가 안좋아짐...) 요리맛은 다 괜찮았으며 개인적으론 비들기 고기가 젤 맛있었다.

재미있는건 이곳에선 그 음식점이 맛있는 곳인지 아닌지를 벽에 걸린 달력 갯수로 대충 짐작할 수 있다는 것. 우리나라처럼 전단지나 광고지가 아직 상용화되어 있지 않아 자신들의 가게나 회사 홍보를 위해선 달력을 많이 사용하는데, 그러다보니 당연히 이 달력이 많이 걸린 음식점은 손님들이 많이 찾는 맛집이라는 것이다. 사진엔 다섯개 밖에 보이지 않는데, 지난번 Sate Kambing을 먹었던 곳은 벽면에 달력이 빼곡히 붙어있었던 것으로 미루어 대단히 맛있는 집이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여담으로, 외국... 특히나 동남아 같이 우리나라보다 생활 수준이 떨어지는 국가에서 그 나라 음식 외의 음식을 먹는 것은 조금 무모한 짓. 예를 들면 외국에까지 와서 궂이 한국 요리를 찾아먹고 한국 음식점을 찾아가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는 것이다. 물론 어쩌다 한번 입맛을 돋우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지만 왠만큼 입맛이 까다롭지 않다면 그냥 현지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게 좋은 방법인 듯하다. 왜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고 했지 않던가? 그리고 패스트 푸드점(맥도날드나 KFC, 파자헛 같은...)에서의 식사도 될 수 있으면 자제할 것... 관광객들에겐 얼마안되는 돈일지도 모르지만 현지인들에겐 몇끼의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큰 비용인 경우가 태반이다. 궂이 이런 곳에까지 와서 위화감을 조성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