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도 계획도 없이 떠난 여행은 제한 무게를 겨우 끼워맞춘 무거운 캐리어를 싣고, 영국 민박비를 지불할 용도로 생전처음 담배를 보루로 구입한 후에야 실감할 수 있었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현실들에 가끔은 우울해져 훌쩍 떠나는 강촌여행이 아니기에, 유럽여행의 첫번째 단계는 여행의 목표를 확실히 세우는 것이라고 들었다. 그러나 우린 "우리는 왜 떠나야 하는가?"를 굳이 문자로 표현해 진부하게 만들기보다는 오래 전부터 바래왔지만, 항상 결정적인 순간에 현실의 벽앞에 무너져 할 수 없었던 일을 쏘쿨하게 해버렸고, 그냥 우리의 마음이 닿는대로, 발길이 닿는곳을 가보기로 했다.

그래, 인정하긴 싫지만, 나는 똑똑한 척하는 조금은 어설픈 여행자임이 틀림없다.

01. 저거 하나면 영국에서 1박:)

영국은 환율도 높고, 물가도 비싸기 때문에 담배 한보루($16)로 1박을 해결할 수 있다는 민박집으로 예약하고 한명당 2보루씩을 구입했다.

마침 면세점에서 2보루에 $30로 세일을+_+ 담배는 1인당 제한된 양이 있으므로 주의하는 것이 좋겠다.

02. 우리를 안전하게 모셔줄 JAL님!

우리의 목적지는 런던이었지만, 가장 저렴한 비행기 티켓을 찾다보니... 일본을 경유하게 되었다.

뭐 당일 연결이 되지 않아 일본에서 하루 묵어야했지만, 친절한 JAL님은 우리를 안전한 호텔까지 모셔다 주었으므로 별 불만은 없었다.

03. 뚱뚱이가 되버린 우리 민트.♡

주인의 과도한 식탐(?)으로 돼지가 되어버린 우리 민트는 제한 무게를 거의 다 채워버렸다.

04. 신이난 토수이

조금은 어색한, 뭔가 얼떨떨한 저 표정은 분명 신이나서 주체하지 못할 때 짓는 표정이다.

 일본으로 향하는 비행기! 그 짧은 순간... 기억나는건 같은 일본이지만 자칫 지역을 잘못 택하면 그나마 나오지도 않는다는 기내식 뿐이었다.

도쿄 나리타 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라니.. 참 다행이다. 사실 항상 먹고나면 '도대체 누가 음식을 만드는데 나보다 맛없게 만드는걸까' 하는 참을 수 없는 궁금증에 시달리면서도... 국제선을 타면 제일 기다려지는 시간이 아닐까싶다.

보기에는 이래보여도 "맛없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래도 우리는 맛있게 다 먹었다:D

01. 나리타 공항에서 어색하게 포즈를 취해보는 수이

02. 역시 나리타 공항에서 프로다운 포즈를 취해주는 옐

호텔에 도착한 배고픈 우리는 첫번째 양식을 꺼내먹었다. 첫날부터 밥과 김치가 저렇게 먹고싶을 줄이야...

분명 느끼했던 기내식이 한몫했을것이다.

아.. 한달간 푸석하기 짝이 없는 빵부스러기들로 내 불쌍한 위를 달랠 수 있을까 하는 겁이 나던 순간이었다.

전자렌지를 찾아헤매다가 실패하고 객실로 돌아오는길에 어떤 녀석이 따라오는것 같더니 가버리더라...

그러더니...밥먹는데 무시하기에는 너무나도 시끄러운 전화벨을 3초간격으로 울려주는 친절함을 베풀더라.

우린 너무 배고파서 먹고 얘기하자고 몇번을 달래보았지만, 말레이시아 야구선수들은 잘 못 알아듣더라. 그리고

결국 나가서 이런 저런얘기를 하다가... 뭐 음료수를 사주더니 자기들 객실에서 일본야구선수들만 잔뜩나온 잡지와

우리의 환심을 제대로 사버린 칸쵸의 코알라버전인듯한 딸기맛 과자를 건넨다. 참 단순하게도 기분 좋아진 우리는

외국친구들에게 주려고 준비한 반짝반짝 빛나는 10원짜리를 건냈다. 외국애들은 우리나라 10원정도면 뭐라도 할 수

있는 돈인 줄 안다.가끔 "이걸로 뭘 살 수 있니?"라고 물어보는 경제관념 투철한 친구들이 우릴 당혹하게 했지만;;

다행히 이친구들은 우리가 조금은 민망할 정도로 10원짜리를 감사히 받아 주었다. 그리구선..

우리 사진을 막 찍더니.. 한다는 말이... 대뜸 김치를 달라고 한다. 그래, 너희 목적이 이거였던거냐ㅋㅋ

진짜 김치만큼은 주기 싫었지만, 이녀석들 김치 안주면 객실앞에서 밤샐것 같았다.ㅋㅋ결국 10원짜리로 떼워보려던

 당돌했던 우리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소중한 김치 하나를 건네주고서야 객실로 돌아와 편하게 잠들 수 있었다.

첫날부터 조금은 피곤한 하루였다~! 나 이제 잘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