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무상
"울산에서 맛있는 집은 어디에요?"
"사람들 먹는 게 다 똑같지 뭐, 안그래요?"
"아, 네에."
이리 수줍은 택시 기사님을 만나다니...
원래 택시 기사님들은 소속지역의 맛집을 꿰뚫고 계실 거란 막연한 기대감으로 먼 울산으로의 길을 떠나왔는데 길이 막혀 버렸다.
2월 초입, 업무 차 떠나온 울산은 어릴 적 기억과 많이 달라져 있었고, 시내 한가운데서 공단까지만 오간 나로서야 제대로 다 볼 수는 없었지만, 반듯반듯 커다랗게 난 길들이 기분 좋은 느낌을 갖게 해주었다. 게다가 서울보다 따뜻했다.
톨게이트를 지나 울산터미널로 향하는 길에 눈에 띄었던 곳이다. `송강정(052-258-6633)`이란 음식점. 건물이 깨끗하고 단정한 단독이었는데 이럴 경우는 두 가지다. 생긴지 얼마 안되어서 검증이 안 된 집이거나, 오래 되어서 신축한 곳이거나. 송강정은 후자에 속하는 곳이었다. 오랜 시간 울산시내에서는 꽤 고급스런 한정식 집으로 자리 잡고 있는 곳으로 가족모임이나 손님접대에 좋은 곳이란다. 아담한 방들이 쭉 마련되어 있어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질 좋은 소갈비를 이용한 요리들. 그리고 단짝 메뉴인 냉면이 제일 잘 나가는 집이란다. 하지만 그 밖에 다양한 정식 메뉴가 있어서 점심 시간에도 발 디딜 틈 없이 방방이 꽉 차 있다.
솥밥 정식(9,000원)을 시켜 보았다. 스무 가지가 넘는 음식이 자리에 차려 지는데 기본적으로 경상도 음식은 아닌 듯싶다.
수수부꾸미부터 시작해서 생선, 전, 회 무침, 배추겉절이, 동치미, 잡채, 떡갈비 등으로 한 상 가득 푸짐하다. 일단 밥맛은 합격점이다. 오랜 시간 차를 탄 탓에 속이 편할 리 없는데 이럴 때 뜨끈하고 구수한 밥 한 숟가락은 뱃속을 기분 좋게 다스려 준다. 간이 적절한 각종 반찬들도 입에 딱딱 맞지만, 들깨국물 자작하게 무쳐낸 고사리 나물이나 잘 구워진 생선, 깔끔한 젓갈류가 입맛을 돌게 한다.
잘 먹고 나면 뜨거운 물에 잘 불어서 말랑해진 누룽지도 먹고, 시원한 수정과로 마무리까지 하면 다시 먼 길 떠날 두둑한 힘을 갖췄다.
송강정은 울산시 남구 삼산동 강변도로변에 위치하고 있다.
출처:유현영 (chella74@women-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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