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어느날, 어느 도시에서도 코리아 퀴진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같은 의문과 아쉬움이 떠올랐습니다.
왜 스타일을 갖춘 코리안 다이닝은 없을까요?
- 레스토랑 하녹에서 발췌-
세계화를 지향한다는 한국의 음식은 이제 전세계 어디를 가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리고
많은 한국의 젊은 조리사들이 세계 각국에서 한국인의 솜씨를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 음식에 대한 정형화된 스타일이 만들어 지지는 않았다. 프랑스 요리를 생각할때, 일식을
생각할때 떠오르는 이미처럼 이제 한식의 정형화된 스타일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하녹. 한옥의 영문화된 발음으로 외국인도 발음하기 쉽게 표현하였다. 세련된 느낌의 명칭과
한우 암소를 사용한다는 이곳 또한 하동관과 마찬가지로 매일 소 반마리를 잡는다. 하지만
특이한점은 이곳에서 제공되는 갈비탕은 오직 하루에 10그릇만 제공된다는 점이다. 한우 전문점
인데 왜? 갈비탕을 10그릇만 판매하는 거야? 라는 반문이 들수는 있지만, 갈비 한쪽에서
나오는 최고의 고기만을 이용해서 최고의 맛을 지켜나가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오직 하루에 갈비탕
을 10그릇만 만들어낸다. 벌써부터 쫄깃한 고기와 짭쪼롬한 국물이 입가에 맴돈다.
누렁아 미안해 <갈비탕편>
하녹(Hanok)
청담동에 위치한 하녹은 실내외 인테리어에도 많은 신경이 들어간듯 하였다. 뱀부하우스가
접대의 성향을 띄고 있었따면, 이곳 하녹은 좀 더 대중화된 한우 음식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이곳에서 사용하는 쇠고기는 한우 암소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식사시간에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보이기도 하였다. 전체적인 실내는 어둡지 않은 조명으로 인테리어 되어있어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또한 룸에도 먹을 이용한 무늬형식의 벽면은 한국의 느낌을 물씬 풍기게해 주었다.
※ LA 갈비는 미국소 아닌가요?
한때 한국에서는 LA갈비 열풍이 분적이 있다. 정육점마다 "LA갈비 팝니다" 라고 붙여놓기도 하였으며, 레스토랑에서도 판매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LA 면 미국 아닌가?
LA갈비가 미국 로스엔젤레스를 의미하는 것은 큰 실수다. 여러가지 설(說)이 있는데
한 설(說)로는 수입육을 판매하는 사람들이 수입육에대한 나쁜 이미지를 해결하기위해
가장 친근한 이름을 사용했다는 설이다. 그리고 또 다른 설로는 LA에 사는 한국사람들이
갈비에 양념을 해서 먹기시작하여서 그것이 지금의 LA갈비라는 설도 있다.
하지만 LA갈비를 정형할때 써는 방향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이 가장 유력한 설이다. 영어로 'lateral'은 "측면" 이라는 의미인데 갈비르 써는 방향을 뼈 방향으로 길게 써는 한국식 정형과는 달리 갈비의 측면을 통째로 자른다고 해서 'lateral'의 약자를 줄여서 LA갈비라 부르게 된 것이라는 설이다.
맨 앞문단에서 거론한 것처럼 필자는 한식도 정형화된 스타일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비춰볼때 하녹은 지금까지의 한국 식당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 보인다. 특히 가장
독특한 것은 바(bar)와 오픈주방이 있다는 점이다. 고객들이 바(bar)에 앉아서 고기를 정형
하는 모습을 실제로 볼 수있다. 때문에 고객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신뢰와 더불어, 좀 더 신선한
맛을 제공받을 수 있다. 바(bar)에 앉아서 바로 썰어주는 고기를 구워먹는 것을 생각해 보라.
즐겁지 않은가? 오픈주방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바(bar)에서는 각종 전요리와 육회 비빔밥 등을
만들어 주고, 갈비와 안창살 등 고기 손질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준다. 때문에 이제까지의 고기집에서 느끼던 조금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좀더 활기차과 역동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하루에 오직 열그릇만 만들어 낸다는 갈비탕을 먹기 위해서는 사전 예약은 필수이다. 필자도
예약을 하고 갔는데, 자칫하면 기회를 얻지 못할 뻔 했다. 바(bar) 에 앉아 메뉴를 주문 후
잠시 기다리니 펄펄 끓는 갈비탕이 제공되었다.일단 독특한점은 고기 이외에 대파가 많이 들어
있다는 점이다. 따로 제거하지 않고 맛을 위해 같이 제공하였다. 그리고 소금간이 다 되어있어
따로 소금간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하동관의 곰탕이 맑은 국물이였다면, 이곳 하녹의 갈비탕은
그보다는 조금 뿌연색 국물이다. 하지만 두 곳 모두 기름기가 전혀 떠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만큼
만들때 정성을 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하동관의 곰탕은 양지와 내장을 섞어서 끓였
기 때문에 국물이 맑았다면, 하녹의 갈비탕은 갈비의 뼈도 넣고 끓이기때문에 국물이 약간 뿌옇
게 나온다. 국물의 색깔이 짙고 옅고가 맛에서 차이를 느끼게 해 주는 점은 아니기 때문에 걱정
하지 않아도 된다.
휘휘 저어서 내용물을 살펴본다. 한그릇 가득 갈비가 들어 있다. 쇠고기 갈비대 중에서 가운데
부부은 갈비구이로 제공되고 양 끝부분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특히 한우의 갈비 뼈는 얇고 샤프
하다고 한다. 일반 갈비탕 전문점에서 제공되는 작고 굵은 뼈는 대부분 수입산 소라고 하니
알아놓으면 유용할 듯 하다.
갈비를 뼈와 살코기를 정형하여 끓여내었다. 그래서인지 내용물이 확실히 알차 보인다. 갈비
를 먼저 앞접시에 꺼내서 제공된 양념장에 찍어 먹는다. 젓가락으로 살짝 건드렸을 뿐인데
고기가 뼈에서 분리된다. 아주 부드럽고 유연하다. 오랜시간 적당히 잘 익혀내었다. 한입 씹어
본다. 마치, 뜨거운 육수에 잘 불려놓은 부드러운 어묵을 먹는 미감과 비슷하다. 단순히 부드럽게 씹히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입안에서 씹는 시간을 유지해 준다. 이순간이 있기 때문에 쇠고기를 맛볼 때 부드럽다라고 느껴지는 것이다.
뜨거운 국물을 후후 불면서 마셔본다. 조미료는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는 조리장님의 말이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이다. 무와 파 그리고 고기만을 넣고 오랜시간 끓이면 느낄 수있는 담백한 맛이다.
우리가 명절때 끓이는 쇠고기 무국(탕국)과 맛이 흡사하다. 최고의 재료를 이용하여 최대의 맛을 끌어내기 위해서 복잡한 조리법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필자는 재료를 최대한 자극시키지
않고 먹는 것이 최고의 맛을 끌어내는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고기는 단지 소금에 찍어 먹어야 고기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듯이, 이곳 하녹에서의 갈비탕 또한 야채와 고기 그리고 소금만으로 조리하
였기때문에 재료 본연의 맛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식사를 마친뒤 오늘 사용하실 고기를 보여주신다. 위의 사진은 차돌박이인데, 소 한마리에서
사진에 보이는 덩어리가 달랑 두쪽이 나온다. 그래서 안창살은 귀한 부위라고도 칭한다. 밑의
사진은 예상하듯이 갈비살이다. 선홍색 핏기를 머금은 육질에서 탄력이 느껴진다. 바구니 안에
들어있는 만큼만 갈비탕을 끓인다고 한다. 최고급 갈비탕을 위해, 더 이상의 욕심을 내지 않고
제한된 양만큼만 만들어내는 갈비탕 한그릇에서 너마나 행복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누렁아 미안해" 를 기획하고 다니면서 공통적으로 알게된 점은 , 수입 쇠고기 파동 이후 한우
전문점은 더욱 이익이 향상 되었다는 점이다. 고객들에게 더욱 신뢰를 주고, 맛을 지켜나가기
때문에 고객들도 그 맛을 잊지 못하고 찾아온다고 한다. 한우와 육우, 그리고 젖소의 고기를 가지고
육안으로는 분류가 불가능 하다고 한다. 그리고 또한 DNA조직을 검사해도 거의 구분하기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가장 큰 무기가 있다. 누렁이에대한 기억...
반만년 우리와 함께 한 누렁이의 맛은 누구보다 우리의 입맛으로 구분할 수 있고, 또 그 기억하는
맛을 바탕으로 우리는 누렁이를 지켜나야 한다.
주 소 :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100
연락처 : 02) 3445-7857
가 격 : 갈비탕(하루에 10그릇만 제공) 15000원 ,
스페셜 생갈비( 260g) - 63000원,
양념갈비(200g): 46000원, 꽃등심(150g) 4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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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