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톤그릴 ’-안심 스테이크

외국에는 우리나라의 불고기나 갈비처럼 손님이 상 위에서 직접 조리해 먹는 음식이 드물다. 기껏해야 스위스의 퐁듀 같은 음식 정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고기구이처럼 셀프 쿠킹에 익숙한 우리에게 스톤 그릴(stonegrill)이라는 음식은 자기가 직접 만들어 먹는 묘미를 던져준다. 오스트레일리아에 본적을 두고 있는 스톤 그릴은 말 그대로 돌 위에 구워 먹는 음식이다.

음식을 주문하면 뜨겁게 달구어진 돌판과 음식 재료들만 나오므로 모든 상황이 시각적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나 버린다.

 약간의 소금을 제외하면 돌과 고기뿐이기 때문에 신선함은 피할 수 없는 과제이다. 재료의 싱싱함은 자연스러운 구이 법의 생명이기도 하다.

400도의 고온으로 달구어진 돌 위에서 익는 고기의 맛이 빼어난 이유는 단시간에 표면을 응고시켜 버리기 때문에 육즙이 빠져나가는 걸 봉쇄해주기 때문이다.

안심스테이크(2만7000원) 한 덩어리로 스톤 그릴이라는 조리 방법의 맛을 만끽해 보자. 구이 감으로 나오는 고기는 두툼하다. 뜨거운 돌 위에서 지글지글 구워지는 소리가 들린다. 고기를 한꺼번에 다 올려놓으면 강한 화력 때문에 너무 익어버려서 딱딱해지기 쉬우므로 절반 정도씩 구워 먹는 게 낫다.

고기를 절반으로 뚝 잘라서 나머지는 불이 약한 곳에 놔두고 절반만 먹기 적당한 크기로 슬라이스 해가면서 한 조각씩 슬쩍 구워 먹으면 되는 것이다. 돌 위에는 소금을 뿌려놓았다. 사소하지만 소금의 효과는 크다. 고기가 돌에 바로 달라붙지 않도록 해주고, 기본 간을 해주는 역할을 한다.

고기 자체가 신선하기 때문에 소금의 짠맛이 첨가되는 것만으로도 고기 맛을 더욱 좋게 해주는 느낌을 준다. 평범한 듯한 음식이지만 좋은 고기와 단순한 양념, 강한 화력이 만들어내는 개성이 뚜렷하다.

고기 옆에는 새송이버섯, 표고버섯, 토마토, 감자, 양파, 파프리카 등이 곁들여진다. 감자만 70% 가량 익힌 상태로 나오고 나머지는 다 날거다. 고기를 구우면서 야채들도 함께 구워 먹으면 된다. 페퍼 소스나 민트 소스 등 몇가지 소스도 준비되어 있다.

시푸드 콤비네이션(1만8000원)은 다양한 해산물을 동시 다발적으로 즐길 수 있는 메뉴다. 원칙은 안심스테이크와 똑같다. 뜨거운 돌과 싱싱한 재료들 외에는 아무 것도 없으니까. 해산물구이다 보니 손님들이 고기보다 더 선도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주인공은 왕새우 한 마리와 킹구라고 불리는 흰살 생선 스테이크다. 그 주변에 홍합, 관자, 조갯살, 한치, 오징어, 꼴뚜기 등을 배치해서 계절에 따라 바뀌는 어물전 풍경처럼 약간씩 변화를 준다. 새우와 생선을 고아서 만든 해물 소스가 나오고, 나머지 야채들도 돌 위에 올려가면서 굽는다. 입맛에 맞게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추는 것도 손님의 몫이다. 단순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셀프 쿠킹의 즐거움이다.

스톤 그릴을 운영하는 양반은 인근에서 우동의 명가 기조암도 경영하고 있다. 이미 기조암으로 음식에 관한 한 장인정신을 인정받는 터라 믿음이 간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일식풍의 스테이크 메뉴만을 내놓다가 스톤 그릴 메뉴들을 보강했다.

주방에서 완전히 조리된 상태에서 나오는 기조암 스테이크(1만6500원), 타다키 스테이크(1만7500원) 등 깔끔한 스테이크 종류였는데, 지금은 스톤 그릴이 주력 메뉴다. 일본식의 깔끔함에서 오스트레일리아의 광활한 자연미로 개성이 바뀌었다고나 할까, 고기 한 덩어리의 풍부한 맛을 즐기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