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 춘곤증, 식욕 저하... 기다리던 봄이건만 봄에는 이런 고약한 것들도 따라온다. 이런 악동들을 해결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밥상도 그 중 한 가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주위를 둘러보자. 몸에 좋은, 특히 봄에 먹으면 좋은 밥상을 한 두 군데는 접할 수 있다. 요즘처럼 웰빙, 참살이를 외치는 시대에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맛까지 만족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충무로에는 봄철에 건강과 입맛을 모두 잡을만한 밥상이 있다. 바로 ‘오우가’이다.  

오우가는 ‘죽통밥(대나무통밥)’으로 유명한 집이지만, 죽통밥뿐 아니라 이집만의 특별한 쌈장과 풍성하고 싱싱한 야채도 기억에 두고두고 남는다. 여기에 불고기, 삼겹살, 갈비살 등을 쌈을 싸먹는데, 고소한 삼겹살로 황사를 날리고 싱싱한 야채로 춘곤증을 이기고 죽통밥과 맛깔스런 반찬으로 식욕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앞서 얘기했듯이 오우가의 특미는 뭐니뭐니해도 죽통밥이다. 녹찻물에 흰쌀과 약간의 흑미, 여기에 은행과 대추 등이 고명으로 들어가고, 마지막으로 참숯이 얹어져 압력밥솥에서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면 죽통밥은 최상의 건강밥으로 변신해서 나온다.

죽통 두껑을 대신하는 창호지를 뜯어내면 밥알이 하나하나 살아 윤기가 자르르한 모습을 나타낸다. 고들고들하면서도 수분이 살아 있고 씹을수록 고소하고 달달한 맛이 나는 밥맛이다. 이 밥에 반찬 한 두 가지만 있어도 한끼를 맛있게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밥을 다 먹어가면 둥글레차를 부어 누릉지물을 내어 먹는데, 입안과 속을 개운하게 만들어 주는 그 맛도 그만이다.

쌈야채는 종류를 다 알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야채가 싱싱함을 한껏 뽐내며 소반에 소복하게 담겨 나온다. 상큼한 맛, 씁쓸한 맛, 향긋한 맛... 맛이 제각각이니 입에 맞는 것을 골라 먹어도 되지 않을까? 다양한 야채의 맛을 즐길 수도 있고 아삭하게 씹히는 맛도 좋아 춘곤증, 식욕 저하는 싹 가실 것만 같다.

소불고기와 갈비살, 삼겹살은 쌈밥에 없어서는 안될 단백질군으로서의 역할을 다한다. 소불고기는 특제 양념이랄 것까진 없지만 너무 짜지도 않고 너무 달지도 않은 게 딱 좋은 맛이고, 갈비살과 삼겹살은 얼린 고기가 아니어서 제맛이 났고 그것만으로도 좋다. 소불고기와 삼겹살은 쌈을 싸서 먹고, 갈비살은 함께 나오는 소금장에 살짝 찍어 먹는다. 어떻게 먹어도 맛있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먹어 보자.

오우가에서는 죽통밥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것이 있는데 바로 쌈장이다. 해바라기씨, 호박씨, 잣 등 종류를 다 알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씨앗이 된장과 함께 버무려져 있어 진하고 간간한 된장맛 가운데 고소한 맛이 어렴풋히 전달된다. 쌈을 쌀 때는 이 쌈장을 듬뿍 올려 먹으면 아주 맛나다.

밑반찬으로는 버섯무침, 김간장절임, 물김치, 김치, 오징어젓갈, 두부, 냉이된장무침이 나온다. 특별할 거 없지만 정식을 하는 집답게 깔끔하고 맛깔나는 밑반찬들이다. 밑반찬은 그때그때 계절마다 바뀌어 더욱 좋다.

황사, 춘곤증, 식욕 저하... 오우가 밥상은 봄철 악동들을 한꺼번에 잡는 건강 밥상으로도 좋지만 맛도 그만이라 특별히 맛있는 것이 먹고 싶은 날 가봐도 좋은 곳이다. 입구에 나란히 걸려 있는 3개의 큰 압력밥솥 안에는 오늘도 죽통밥이 쪄지고 있을 터이다.

오우가를 가는 길은 쉽다. 네비게이션의 주소검색에서 "서울시 중구 충무로2가 12-13번지"를 찾으면 된다. 명동성당 근처에서 걸어서 5분거리. 연락처는 02-753-7533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