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란 잠 보충한다고 일찍 잤더니 일찍 깨네
머 일찍 잔 것도 아니다 1시반이면
5시50분 잠이 깬거다
반쪽이랑 목욕갔다 지리산 갈까?
에유 추운데 좀 더 누워있자

아 반쪽이가 먹고싶다던 소고기국
에구에구 일찍와서 아침먹자 그럴껄
그러면서 전화드는데 걸려온 반쪽이 전화
-지금 가께
참 어쩔수 없다

얼마만인가 둘이 여행을 간다는게
딴사람 부를까
부르지마라

-어디로 가노?
A코스 좌회전 신천대로
B코스 우회전 신천대로타고 화원 나들목
C코스 직진 서부정류장해서 구마고속도로로
잘 아는 코스로 가자

신천대로타고 서대구 나들목으로

구마고속도로에서 88고속도로로
규정속도대로 가다보니 뒤차들이 힘든 추월을 한다

거창한 거창휴게소에서 휴식
'너 그거 아니'
'아니'
'안의는 거창밑에 있고' 그러던 옛날 개그로 웃고
찐빵과 맛있는 커피
다시 지리산을 향해 움직이다

함양나들목에서 잘못내려 다시 돌려오다
잘나가는 외제차 추월도 못하고 뒤따라 오며 화가 많이 났나보다
함양나들목에서 길 묻는데 잠깐의 틈도 안주고 빵빵 거린다
후후
애들마냥 내려 싸울 수도 없고

지리산나들목에서 내려 전화로 위치를 묻다
-어탕잘하는 집에서 식사 먼저 하세요
특유의 톤으로 전화를 받는 선배
자기들은 아침먹고 목욕한단다
-황토방이 죽여요
펄펄끓는 황톳물에 몸담근다는데 언제 한번...

시골특유의 길안내
-이길로 한참쭉 가면 삼거린가 사거린데요
-그옆으로 끝까지 가면 개울옆에 있어요
그러나 움직이니 바로 옆이네

인월쪽으로 가다 개울끝집
어탕국수집
민물고기 통채로 끓여 거기에 국수 사리 넣고(수제비도 맛있는데...)

산초와 청양고추 총총 넣고
고추를 볶아 된장지를 만들었는데 일품
고사리무침
배추절임
반찬들이 전부 깔끔하고 맛깔스럽다

-여기가 놀부가 화초장 지고가다 빠진 개울이고
-저 건너엔 춘향이가 그랬고
-저 넘어는 변강쇠가 살았고
-다 그래 농사 끝내고 긴 겨울 노가리만 깐거야

야 안내없인 찾을 수 없는 산골속의 산골
참 멀다싶은데 시간은 얼마 안걸리고
들어와 보니 심심산골이고
풍광이 끝내준다
햇빛이 너무 들어와 덥다
정말 겨울에 에어컨 틀어야겠다
큰 산수유를 살리려고 집한쪽을 포기하고 어렵게 지었네
2층같은 1층집
앞쪽엔 뽕나무
감나무
집뒤론 대나무 병풍

-송이주부터 한잔하죠
잘익은 송이주
향이 정말 많이나는 생깻잎김치
잘익은 통배추김치
따끈한 밥에 척 걸쳐서 한입씩
갈라놓았는데도 엄지손가락만한 우엉졸임
상해서 속상한 소고기불고기
52도 신선주
그리고 와인에서 속풀이 라면까지

어린아해같은 지정관리인
귀신들 많다고 고사지내야 된다 그러다 한 쿠사리
그래도 끝내 상에 돼지대가리 사진 올린다
ㅋㅋ 저 사진작가가 보면 무슨 생각 할까

지리산까지 날라온 문자
근데 어쩌나 지리산자락에 있는데
대구가는 데로 가봐야지
술도 한잔 했고 운전도 안되니 묻어가야 하니까

이제 볼 사람 다봤으니 떠나자
그래서 함양을 거쳐 대구로 오다

너무도 밀리는 차들
늦게 도착한 대구
대봉동 복개도로 기사식당골목에서 늦은 저녁
-난 오뎅탕
순두부를 생각했는데 오늘 국이 선지국이라기에 정식으로
요즘 보기 드문 소세지구이
갈치무조림 어른들 입맛에 맞췄나 좀 짜다
김을 주네

늦은 술자리에의 유혹
전화한 이유는 잘 알겠는데
미안하지만 오늘은 그냥 잘란다
아무 이유없으

그냥 간휴일을 주려고

좋은 날
좋은사람
뜻깊은 만남
열린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