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골목 안에서 5천원으로 한끼 밥을 해결하는 일은 쉽지 않다. 가끔  놀러 오는 사람들이야 마음먹고 하루 기분 내며, 눈 돌아가는 이 동네 식사가격을 용서할 수 있겠지만, 압구정동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매일의 한끼 해결은 고역에 가깝다. 이 근처에서 근무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왜 이 동네는 평범하게 밥 먹을 곳 하나가 없는 거냐?’ 하는 불평을 심심찮게 듣게된다.

화전민은 압구정동 후미진 골목 안에 있는 작은 밥집이다. 주로 콩을 재료로 하는 음식이 많은데, 순두부를 비롯한 두부 음식과 콩국수, 청국장에, 안주로는 구수하게 부쳐 낸 모듬전을 곁들일 수 있는 곳이다. 물어 찾아간 곳은 작은 입구에 비해 깊고 넓은 실내가 독특하다. 입구에서는 나이 지긋하진 할머니가 머릿수건 아래 흰머리를 감추신 채 연신 철판 위의 전을 뒤집고 계신다. 문을 열자마자 고소한 기름냄새와 함께 가득 들어찬 사람들의 시끌벅적한 말소리가 압구정동답지 않게 만만하고 편안한 느낌이다.

얼큰한 탕에 모듬전을 앞에 두고 소주한잔을 기울이는 사람들이나 이것저것 식사메뉴를 시켜서 분주하게 나누어 먹는 사람들로 홀 안이 가득 하다. 좁은 통로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포장을 쳐둔 별채가 있다. 요즘같은 장마철에 이곳에서 모듬전에 동동주를 곁들이다 보면, 두꺼운 비닐포장위로 콩 볶듯 쏟아지는 빗소리가 제법 운치 있다.

자리를 잡고 앉아 음식을 주문하면 흡사 일본인처럼 상투를 틀고 짧은 앞치마를 두른 남자사장님이 분주히 다니며 부족한 것은 없는지 일일히 살피고 채워준다. 어제 만난 사람처럼 살갑고 친근한 서비스가 처음 찾은 사람에게도 스스럼이 없다.

저녁시간이라면 전을 한 두 가지 주문하지 않을 수 없는데, 녹두빈대떡을 비롯해 전요리가 대부분 5천원으로 저렴하다. 1만5천원 짜리 모듬전을 주문하면 커다란 녹두빈대떡 한 접시에, 갖가지 전을 담은 그릇이 따라 나온다. 생선전, 호박전, 동그랑땡 등 구성도 여러 가지인데 지져낸 솜씨며, 담은 솜씨가 얌전하고 단정하다. 식사메뉴로는 청국장과 순두부가 단연 인기다. 청국장은 냄새가 별로 진하지 않아 아쉽지만 그래도 고소한 콩맛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수더분한 맛이다. 함께 나오는 양푼 그릇의 밥과 계란후라이도 후한 점수를 주게 하는 보너스다. 검은콩을 그대로 갈아 콩국물을 낸 검은콩국수도 여름이라 많이 찾는 메뉴다. 딸려 나오는 반찬도 깔끔하고 식사로 주문한 음식들도 하나같이 푸짐하고 맛깔스럽다.

구석진 곳에 있는 이 작은 밥집은 어떻게들 알았는지 저녁시간에는 자리를 잡지 못해 한동안 기다리기가 다반사다. 압구정동 화려한 레스토랑에서 지갑을 비우고 만만한 2차 자리를 찾거나, 평범하고 순한 집밥 생각이 난다면 찾아가 볼 만한 곳이다.

[알아둘사항]
전화 : 02-3444-3022
주소 :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43-21
영업시간 : 오전 10시 ~ 오후 10시
주차가능, 카드사용가능, 일요일 휴무
메뉴 : 모듬전 15,000원, 녹두빈대떡 5,000원, 동그랑땡 5,000원, 고추전 5,000원, 생선전 5,000원, 감자전 5,000원, 굴전 10,000원, 호박전 5,000원, 깻잎전 5,000원, 황태탕 10,000원, 청국장 5,000원, 콩비지 5,000원, 순두부 5,000원, 카레순두부 5,000원, 하얀순두부 5,000원, 열무비빔밥 5,000원, 동치미국수 5,000원, 굴순두부 10,000원, 검은콩국수 5,000원, 고등어통구이 12,000원, 메밀잡채쌈 10,000원, 메밀김치전 5,000원

좁은 골목길 안에 있는 작은 밥집이지만, 주차를 물으면 주인이 얼른나와 발렛파킹을 해준다.
발렛비는 따로 받지 않는다.

입구에서부터 할머니가 부침개와 각종전을 부치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밖에서 기다리는 동안 다소 민망할지라도 심심하지 않은 구경거리가 된다.

깔끔한 기본찬은 나중에 양푼밥을 비벼먹을때 요긴하다. 삭힌고추... 꽤 맵지만 입맛을 계속 당긴다.

구수한 청국장... 꼬리한 특유의 냄새는 별로 심하지 않지만 꽤 진하고 고소한 맛이다.

모든 사람들이 다 밖에서 만나면 더 반가워하는 "계란후라이" .

노란 양푼그릇,  찰진 밥 위에 살포시 얹어져있다.

왠만큼 먹고 나면 남은 반찬과 계란에 고추장을 더해서 청국장과 비벼먹는다.

여름 인기메뉴 콩국수...
너무 진하지도 않고 묽지도 않은 중간적도의 농도와 잡맛없이 깔끔한 맛.
특별히 맛이잇다고 하기에는 좀 약하다. 콩국수만 먹으러 찾아갈 집은 아니다.
검은콩 껍질을 벗기지 않고 그대로 갈아서 검은콩국수라 부른다.

모듬전을 주문하면 이만한 녹두빈대떡에 푸짐한 모듬전이 함께 나온다.
가격에 비해 흐뭇할 만한 양으로 안주로도 제격이다.

직접 만들지는 못하고 잘하는 집을 엄선해서 받는다는 동동주.
맛이 달달하고 얕지 않고 은근하면서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