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2. 화. 맑음 / 나홀로 산행

배내고개~간월산~간월재~신불산~신불재~영축산~시살등~오룡산~도라지 고개에서 장선마을로 하산
블로그에 첫 소개 구간은 배내고개~ 간월재로 가는 능선에서 만난 여명과 일출풍경 

새벽 5시, 배내고개는 아직 한적했다.
고고한 달빛이 밝아서 랜턴을 켜지 않고 배내고개까지 오르는 달빛산행의 운치를 만끽하며 '그래 이런 멋스러움에 나홀로 산에 오르는 거야'
새벽 달빛이기는 하지만 이곳 하늘억새길 구간 이름인 '달오름길'에 딱 어울리는 분위기를 만끽한다. 

주능선에 올라서고 나서는 전망 포인트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았지만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삼각대를 설치하여 장노출 사진을 시도해 본다.
첫 사진의 포인트는 사이좋게 나란히 쌍봉을 이루는 문수산과 남암산 차지가 되었다.

 고헌산 실루엣

 왼쪽이 문수산, 오른쪽이 남암산인데 왼쪽부터 울산 시가지, 울산공단(가운데), 온산공단이다.

 태화강 물줄기를 따라서 엷게 안개가 깔렸다.
기왕 쓰는 김에 조금만 더 피워내지.. 하긴 그나마도 없는 것에 비하면 감지덕지다.
안개가 좀 많이 피어오른 곳이 사연댐과 선바위가 있는 곳으로 추측된다.
그 멀리 가운데 가장 높이 보이는 산이 울산의 진산인 무룡산이다.

 바다에서 오메가 일출을 만나기는 참으로 어렵다.
날씨가 아무리 좋아도 바닷가에 나가면 해무가 끼어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풍경에 취해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사이에 날이 많이 밝았다.
이제부터는 삼각대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아직 해돋이 전이라 서쪽 재약산과 사자봉 위로는 한가위를 이틀 지난 달님이 빛을 발하고 있다.

 드디어 시작된 일출
어둠이 걷히기 시작하면서 시시각각 변해가는 하늘빛을 포함하여 이순간을 산 위에서 만나고 싶어서 꼭두새벽 산행을 나서게 된다. 

 

 

 산위에서 24-70 렌즈로 일출을 찍기에는 너무나 멀다.
망원렌즈를 갖지 못한 아쉬움을 늘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 

 어둠에 가려있던 영남알프스가 아침 햇살을 받으며 힘찬 근육질 몸매를 보여준다.
산 사진은 해가 뜨고 나서 30분, 아니 좀 더 길게 봐줘서 1시간 이내에 담아야 힘찬 기상이 살아있다.
역시 나홀로 산행을 즐기게 되는 이유이자, 새벽 아니면 일몰 때까지 산위에 머무르게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오늘 새벽산행에서 담는 풍경의 주인공은 아무래도 문수산과 남암산 쌍봉이다.
간월산을 지나 간월재와 신불산, 신불재를 거쳐 영축산까지 이동하는 내내 각도만 달리할 뿐 시야에서 떠나지 않고 눈길을 사로잡았다.

 간월산을 오르며 돌아본 풍경
배내봉 너머로 가지산 정상부가 겹쳐있고 그 오른쪽에 기어가는 거북이 형상의 쌀바위, 그 오른쪽에 힘찬 기상의 상운산이 이어진다. 

 하나의 산처럼 보이지만 실은 신불산(좌)과 간월산(우)이 겹쳐 보이는 것이다.
해발 1037m인 간월산과 1159m인 신불산 중간에 약 900m 높이의 간월재가 자리하고 있다. 

 

 

 

 

 

나홀로 역축지맥 하늘억새길 걷기 블로그에 두번째 사진 소개는 간월재에서 신불산~신불재~억새평원~영축산 구간 

간월산에서 간월재로 내려설 때면 늘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된다.
특히나 억새가 장관을 이루는 매년 이맘때 산행이면 더욱 그렇다.
더우기 오늘은 이른 아침이어서 원색의 텐트촌을 이루지 않을까 기대를 했는데 야영객들은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여전히 시야를 사로잡고 있는 문수-남암 쌍봉
그러나 이제부터는 그 자리를 억새에게 물려주어야 할 때가 되었다. '그만 방을 빼 주시죠? ^^*' 

 

나도 실은 저녁 해걸음에 산에 올라 산상에서 야영을 하고 산위에서 편안하게 아침을 맞고 싶다.
혼자라서 외로움을 느끼거나 야영할 장비가 뭐 대단한 것도 아니고 짐이 거추장스러우면 단촐하게 비박을 하면 그만이다.
올해는 거의 산행 기회를 갖지 못했기 때문에 추석 연휴에는 마음먹고 지리산이나 설악산으로 2박3일쯤 스며들고 싶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늘 괴리가 존재하는 법, 바램은 바램으로 지나가 버렸다.
설악산을 못 간 대신에 영알을 빨치산처럼 걸으며 아름다운 가을을 만끽하고 있으니 됐다. 

 

 

망망대해 파도처럼... 점점이 다도해처럼.. 끝없이 펼쳐지고, 겹쳐지는 산그리메
대체 어디로 향하는 그리움일까? 

 

야영촌으로 변한 간월재 데크
텐트와 침낭과 옷을 널어말리는 풍경이 정겹다.
난민수용소라면 서러움이겠지만 이들은 낭만과 자유를 만끽하는 사람들이다. 

저들이 이시간까지 아직 출발하지 않고 뭉그적 대는 것은 게을러서가 아니다. 
밤새 이슬에 젖은 텐트와 축축한 침낭 및 장비들을 대강 말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나는 야영족들이 연출하는 풍경을 무상으로 담을 수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러고 보니 올해는 울주오딧세이 공연이 13일이로구나. 

난 지금 무수한 억새들의 사열을 받으며 간월재를 가로지르고 있다.
아침햇살을 받아 하얗게 아우성치는 억새바다가 모세의 기적처럼 갈라진 한 가운데를 늠름하게 지나는 개선장군, 그게 바로 나다. 

 

역광과 순광으로 인한 억새의 느낌은 이렇게 다르다.
열흘 후에는 이곳에서 울주오딧세이 공연이 새로운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날씨가 좋아야 할텐데..! 

안정감있게 좌정한 형상의 고헌산 자태 

간월재에서 신불산을 오르면서 조망되는 눈맛이 장쾌하다.
영남알프스의 1000m 넘는 봉우리들을 거의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신불산이다. 

 

 

신불산에서 영축산까지 이어지는 낙동정맥, 그 이남은 영축지맥 

 

 

신불산 칼날능선(일명 공룡능선) 

산에서 밤을 보낸 이들의 이동이 시작됐다.
개중에는 등짐 장수처럼 자신의 몸보다 더 큰 베낭을 둘러메고도 험준산 산길을 평지처럼 걷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나도 걷는데는 별로 쳐지지 않는 편이지만 100리터가 넘는 베낭을 둘러메고 며칠씩 산속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경외의 대상이다. 

내 마음속 키워가는 꿈 한자락인 존뮤어트레일 종주를 나서게 되면 내 모습도 저러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처 저 큰 배낭 속은 무엇으로 다 채워졌을꼬?
내 도전 목표인 존뮤어트레일 17박 종주의 짐을 생각하면 그 무게를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지레 걱정이다.(17박 18일간 무보급 종주를 해야한다.)  

 

편안한 말안장처럼 잘록하면서 부드러운 느낌의 신불재
야영의 기본인 평지와 샘터가 있는 이곳에도 야영객들이 항상 많은 편인데 짐을 다 꾸렸거나 이미 출발을 한 경우가 많아서 한산하다.  

 

영남알프스에서 억새 상태가 가장 좋고 평원이 넓게 펼쳐진 곳, 영축산 아래 단조늪과 단조산성이 있는 이곳이다.  

 

신불재에서 자기 몸보다 큰 베낭을 메고서 비교적 빠른 속도인 내 걸음을 쫓아오는 사람들
나는 10kg 정도의 베낭을 멨는데 저들이 메고있는 베낭 무게는 최소한 20kg 이상 될 것이다.
나는 걸음은 빨리 걷되 중간 중간 사진포인트를 찾아 사진을 찍고는 하는데 좀 멀어졌다 싶다가도 사진 몇 장 찍고 있으면 금방 따라오곤 했다.
한마디로 괴력의 소유자들이라는 생각... 마침 영축산으로 오르는 억새밭을 지나는 산객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그들을 잠시 앞세웠다. 

놀랍게도 일행 중에서 두 명은 여성이었다.
남자들은 보기만 해도 질릴 것 같은 국방무늬 배낭이고, 여성들은 빨간색 베낭인데 좀 작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상대적 비교일뿐 내 배낭에 비하면 두 배는 된다. 

 

끈질기게 쫓아오던 쌍봉(문수-남암)은 이쯤에서 작별을 고하고...
가을 영남알프스의 주인공인 억새도 곧 그 자리를 하늘과 구름에게 인계를 할 차례가 되었다. 

산 아래서 피어오르는 안개가 새털구름처럼 아리랑릿지 위로 솟아오른다. 

간월재부터의 길이 억새와의 동행이었다면 앞으로 지나 가야 할 영축지맥  영축산 구간은 험난한 암릉길이다.
병풍처럼 늘어선 함박등 채이등 죽밧등을 지나는 길이 그렇고 시살등 구간에 잠시 편안한 길이 있지만 올망졸망 다섯봉우리가 이어진 오룡산 구간도 만만치 않다.

나홀로 하늘억새길 블로그 세번째 소개는 영축산에서 오룡산 구간 

실은 이 구간은 울주군에서 명명한 '하늘억새길' 종주 코스(총 다섯구간)에서는 벗어난다.
단지 필자가 산행기를 정리하면서 편의상 하늘억새길(3)으로 표기한 것으므로 이 사진 산행기를 보는 분들은 이점 혼동 없기를..! 

첫 구간인 달오름길(배내고개~간월재)과 둘째 구간인 억새바람길(간월재~영축산)은 의도한 바는 아니었으되 이름에 걸맞는 산행을 한 셈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하늘억새길과도 상관없고, 달 억새처럼 부드럽거나 낭만적인 요소와는 동떨어진 험준한 암릉길을 걸어야 한다.
사진 포커스도 당연히 암릉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허나 그것만으로는 너무 삭막함으로 찍사가 찾은 또다른 요소는 파아란 하늘과 하얀 구름, 그리고 가을 야생화다. 

 

영축산 정상 한켠에 자리를 잡고 앉아 거쳐가야 할 영축산 마루금을 보면서 간단히 늦은 아침을 대신한 요기를 했다.
혼자 당일 산행을 하면 편리한 것 중의 하나가 주절주절 먹거리를 준비하지 않고 그냥 집에 있는대로 간단한 간식과 음료를 챙겨도 된다는 점이다.
그래도 오늘은 새벽부터 밤까지 빡신 산행을 염두에 두고 나오느라 비닐봉지에 한끼 정도의 밥과 약간의 반찬, 그리고 과일도 좀 준비를 했다.
다행히 추석을 막 지난 시점이어서 가게에 들리지 않고 집에 있는 것으로 충분했는데 새벽에 아내가 깨지 않도록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ㅎㅎ

 

휴일에 집에 있으면 약먹은 병아리처럼 피곤해서 비실대거나 졸기가 일쑤인데 산에만 나오면 활력이 넘친다.
남들은 나이 생각을 하라고 충고를 하건만 험한 암릉길을 만나면 걱정이 되기보다는 도전욕구가 살아나는 이 역마살을 어찌해야 할지..! 

 

젖꼭지처럼 솟아오른 죽밧등을 지나 올망졸망한 오룡산까지 암릉길 6km가 넘으니까 약 3시간 거리다. 

기차놀이(?)하는 하얀구름
오룡(五龍)산으로 가는 길을 雲龍이 퍼레이드를 하면서 안내하는 것 같다. 

 

 

죽밧등 오르는 길에,,,
멀게 느껴지던 영축산 정상에서 걸어온 거리가 만만치 않다.
시나브로 걷는 걸음이지만 계속 걷다보면 무시 못할 이동거리가 된다.   

 

 암릉길을 지나자 가을꽃들을 살펴 볼 여유가 생겼다.
 

한낮이 되면서 대기중에 수증기가 많아져서 시야가 흐릿하다.
이래서 산행풍경을 찍더라도 해뜰녘 아니면 해질녘을 고집하게 된다. 

지리산에서는 꽃봉우리만 실컷 봤는데 활짝 만개한 용담 

시살등을 지났으니 많이 가까워졌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룡산을 바라보니 여전히 먼 당신이다.(맨 끝 봉우리가 주봉) 

 배내골 건너편으로 향로봉 백마산 행로산(왼쪽부터)
 오룡산 주봉은 나무들로 인해 전망이 좋은 편은 아니다.
하여 주봉 못미친 턱밑 전망바위에서 휴식을 취하며 영축산 정상에서 부터 걸어온 마루금을 돌아본다.

사진 찍어가며 나름 부지런히 걸은 셈인데 2시간 반쯤 걸렸다.
도라지 고개쯤에서 오른쪽으로 하산을 하여 백마산을 거쳐 향로산- 재약봉-코끼리봉-재약산-사자봉-배내고개까지 원점회귀 산행을 예정하고 출발한 길인데 생각보다 늦어지고 있다. 

오룡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영축산 마루금 전망은 나무에 가려서 제대로 조망되지 않는다. 

오룡산 정상에서 단체사진을 찍는 분들이 마침 아는 분들이어서 한 컷!  

도라지고개에서 등산로를 잘 모르겠기에 장선마을로 내려가는 임도를 택했는데 무척 지루했다.
산구비를 완만하게 돌아서 내려가는 팍팍한 임도를 한시간 넘게 걸었으니 한 5~6km쯤 되나보다.
하릴없이 걷다가 길가에 핀 들꽃들을 가끔 보아주는 것으로 무료함을 달랜다.

 

내려오면서 보니까 언젠가 이곳으로 산행을 한 기억이 떠오른다.
도라지 고개에서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길을 확실히 몰라서 내처 무료한 임도를 따라 내려온 것이었다.
그나저나 원 계획대로라면 다시 백마산으로 올라야 하는데 굳이 무리하게 산행을 해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
향로산~재약산~사자봉 능선을 걸으면서 노을풍경과 해넘이를 보고 달빛산행으로 원점회귀를 하려고 했는데 구름이 2/3쯤 하늘을 뒤덮고 있음이다.

하여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배내고개까지 이동하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는데 이 또한 나홀로 산행의 장점이지만  막상 대중교통 편이 무척 불편하다. 
두 시간 이상 기다려야 마을버스가 온다고 해서 태봉마을까지 아스팔트길 4km를 걸었는데 태봉마을에서도 또 두시간을 기다려야 한단다.
다행히 영남알프스 억새산행을 위해 3박4일 일정으로 서울에서 왔다는 부부를 만나 카풀 도움을 받았다.
지면을 빌어 그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와 더불어 항상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을 기원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