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2. 22. 목. 맑음

의정부에서 출발, 사패산-도봉산-북한산까지 나홀로 12시간 산행기

<사패산 정상에서 일출을 기다리며..>

위 사진은 도봉산 너머로 왼쪽 수락산과 오른쪽 불암산

아래 사진은 여명속에 밝아오는 도봉산 주능선

 

 

사패산에서 일출을 보려고 일정을 잡았는데 늦었다는 생각에 너무 부지런히 걸었나보다.

7시쯤 도착하여 해가 뜨기를 기다리는데 왜 그리 안 올라 오는지?

땀에 젖은 몸으로 그냥 서 있으려니 너무 춥고, 7시 30분이 지나도 해가 솟아오르지 않아서 그냥 출발했다.

길을 가다가 해가 떠오르면 아무 바위나 올라가지 뭐 라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조망이 잘되는 암릉구간을 막 내려서서 숲으로 가려진 평지 길을 지날 즈음에 환상적인 일출이 시작되고 있었다.


<포대능선 도입부에서..>
 
겹쳐서 보이니까 가깝게 느껴지지만 아직 한참 떨어진 도봉산 주봉인 자운봉 꼭대기가 일부 보인다.

 

그렇지만 일출은 언제든 기회가 많으니까 풍경이라도 좋으면 되지 뭐~ 스스로 자위하며 길을 재촉했다.

이윽고 도봉산 정상 가까운 포대능선에 다다랗다.

쌓인 눈이 다 녹지 않아서 아침햇살에 드러나는 풍경이 장관이다.

기암괴석이 포개듯이 늘어서 있는 포대능선과 깎아지른듯한 도봉산 절벽은 언제봐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평일인데다 날은 춥고, 이른 아침부터 겨울 암릉산을 찾는 이가 거의 없어서 병목구간도 한적했다.

그런데 경치에 너무 취해버려서일까, 포대능선 험로 구간의 쇠줄과 난간에 매달리다시피 용을 쓰던 중에 내 몸에서 뭔가 툭하고 빠져나가는 느낌이 있었다.

툭~ 툭 튕기면서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물체를 보니 아뿔싸! 예비용으로 갖고 다니는 조그만 디카였다.

<도봉산의 최대병목구간인 포대능선>

 

 

하는수없이 단념하고 포대능선을 겨우 벗어나서 자운봉 목전에 다다랐을 즈음, 왼쪽 비탈에 길 흔적이 보였다.

국립공원에는 출입금지 팻말이 종종 세워져 있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산을 좀 아는 산꾼들에게는 이게 비법정 등산로임을 알려주는 표시인 셈이다.*^^*

가파르기는 하지만 방향을 보아하니 디카 떨어진 곳으로 연결 될 것 같았다.

간다한들 찾는다는 보장도 없고, 찾더라도 몇 번이나 튕기며 절벽 아래로 떨어진 카메라가 온전할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내장된 자료라도 건질 수 있을 것이므로 통제선을 넘어 내려갔다.

워낙 가파른데다 눈까지 덮여 있어서 미끄러지고 구르다시피 천신만고 끝에 보물찾기에 성공했다.

군데군데 쭈그러진 상처가 나 있기는 했으나 액정이 깨지지는 않았다.

다행히도 전원이 켜졌고, 내친김에 셔터를 눌러보니까 사진도 찍힌다.

오~~굿 샷!

 

바닥에 낙엽과 눈이 덮여 있어서 완충역할을 했던 덕분인데 그렇다 하더라도 기적같은 일이었다.

올라오는 길은 힘들기는 해도 내려가는 것보다는 덜 위험하다.

세번째 머피의 법칙을 호되게 겪었지만 되찾았다는 성취감 때문인지 오히려 디카 하나를 공짜로 얻은 기분이었다.



<도봉산 정상 근처, 이곳에서 가파른 경사길 내려가서 잃었던 디카를 찾음*^^*>

 

 

 

이후는 도봉산 주능선을 경치구경하면서 순조롭게 이동하여 오봉까지 도착했다.

<도봉산 주능선에서 조망되는 암릉과 저 멀리 북한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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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폰을 잃어버렸다가 되찾은 오봉과 오봉에서 조망되는 풍경>

 

 

 

 

도봉산에서 오봉으로 갔다가 도로 우이암으로 건너와서 우이동으로 하산한 다음에 북한산을 다시 올라야 했다.

우이령 방향과 둘레길 갈림길에서 망설이다가 우이령 고개를 개방했다는 생각이 나서 우이령으로 올라갔다.
우이령으로 가는 길 중간이나 우이령에서 주능선길로 연결되겠거니 어림짐작만으로 올라 갔더니 길이 없단다.

비법정 등산로 뚫고 다니는 산꾼들이야 주능선으로 연결되는 루트를 알겠지만 고지식하게 길을 찾으려니 쉽지 않다.

우이령 탐방안내소에서 물어보니 아까의 둘레길을 따라가면 육모정 고개로 오르는 길로 연결된단다.

50% 확률에서 또 거꾸로 선택을 한 다섯 번째 머피의 법칙이다.

알바를 30분 넘게 했지만 '이렇게 새로운 길을 또 하나 터득하는 거지 뭐~' 생각한다.


<우이암과 우이암에서 건너다 보이는 북한산>

 

육모정 고개까지 오름길에 땀을 흠뻑 흘리며 영봉까지 순조롭게 진행했다.

하루재에서 위문을 거쳐 백운대 오르는 길은 북쪽 응달이기 때문에 눈과 얼음이 많은 편이라 무척 미끄러웠다.

조심 또 조심 백운대에 올라 겨울 북한산 풍경을 찍고는 용암문을 거쳐 어둠내린 도선사로 무사히 하산을 마쳤다.

알바도 여러번 하고, 사진 찍느라 시간 지체를 많이 하다보니 꼬박 12시간 넘게 걸렸다.

<육모정 고개를 지나 북한산 능선에 올라 뒤돌아 본 도봉산(위)과 가야할 방향의 북한산 인수봉 북벽(아래)>

 

<백운대에 올라서 조망되는 풍경>

만경봉

인수봉

염초봉

 

도봉산 조망

 

노적봉

 

노적봉으로 향하면서 올려다 본 백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