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충남 천안시에서 아산 천수만까지 산줄기만 따라 걷기로 했습니다. 산이 좋아서지, 아무 이유없습니다. 이 지역 산줄기는 도시개발로 낮은 구릉들이 이미 산업단지로 없어지거나 도로가 잡아먹어 듬성 듬성 머리빠진 중년 아저씨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 글을 쓰는 지금은 더 많은 산줄기가 뭉터기로 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조금만 산이 낮아지기만 해도 기다렸다는 듯, 이리 자르고 저리 망가뜨려 집을 짓고 공장을 짓습니다. 우리 후손들은 다시는 그 아름다움을 즐길 수 없습니다. 게다가 명산이 아니라면 기억되지도 않습니다. 이게 우리나라 산의 운명입니다. 우리에게 한 없이 주기만 하는데도, 우리는 산을 이에 걸맞게 대우하지도 않습니다.

지도 한장 들고 충남 천안시의 진산 성거산에서 발걸음을 시작합니다. 성거산 정상은 군부대가 있어 우회해야 합니다. 산줄기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면 왼쪽으로 국민은행 연수원이 보이고 호수가 내려다 보입니다

사진 1: 성거산에서 발걸음을 옮기면 왼쪽으로 국민은행 연수원이 보입니다. 산속에 자리잡은 게 아마도 교육효과를 위해 명당을 찾은 것 같습니다

사진 2: 산줄기를 타다보면, 가끔 길 안내를 하는 리본을 만날 수 있습니다. 혼자 아무도 없는 산길을 걷는 산객에게 도로이정표보다 더 갚진 안내자료입니다

천안에서 아산으로 이르는 길목에는 신도시개발로 낮은 구릉지대가 없어진지 오랩니다. 지도에 희미하게 표시된 등고선만이 여기가 구릉이었다는 걸 짐작케 합니다. 낮은 구릉을 살리면서도 충분히 개발이 가능한데 한떼기 땅이라도 집을 지으려는 자본의 논리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도 아름다움과 쾌적함을 하찮게 취급합니다.

두정동에 이르면 과거 산줄기 였던 곳에 무덤만 덩그러니 그 목숨을 부지하고 있습니다. 죽었지만 영원히 사는 무덤이라고나 할까요? 청동기 시대때 무덤으로 당시의 유물들이 출토되었다고 합니다

사진 3: 두정동에 이르면 청동기시대때 삶의 터전이 나옵니다. 이 곳은 다행히도 도시개발에도 살아남아 죽어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우리 조상들의 터전입니다.

지금도 산줄기는 개발명목으로 모르는 사이에 사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름없는 산들의 아픔은 어느 누구도 귀담아 듣지 않습니다. 사람도 미남, 미녀만 인권이 있는게 아닌 듯 자연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가치는 설악산이나 지리산과 같은 명산만큼 인정받지 못하는 건 아닌지요.

사진 4: 이 곳에 대형 마트가 들어선다고 합니다. 아마 지금쯤은 들어섰을지 모릅니다

사진 5: 앞에 보이는 곳은 낮은 구릉지대였는데, 지금은 산업단지로 탈바꿈되어 여기가 구릉지대였는지 논이였는지, 바다였는지 상상하기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사진 6: 정자에 올라 지나온 길을 바라 봤습니다. 이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때를 모색해야 합니다. 자연이 우리를 버리기 전에 말입니다

충남 아산시 음봉면에는 연암산이라는 낮은 산이 있습니다. 높이가 400m에 불과하지만 산이라고 이름 붙일 만한 곳은 눈 씻고 보아도 없어서인지 정상에는 봉수대까지 자리잡고 있습니다. 산의 높이는 상대적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백운산이라는 이름의 산이 많습니다. 구름도 걸려 넘지 못한다는 산이죠. 산악지대 백운산은 높이가 1,000m를 넘지만 낮은 평야지대 백운산은 이름값이 부끄러울 정도의 높이가 많습니다.

사진 7: 연암산의 봉수대입니다. 

사진 8: 연암산 정상에는 봉수대뿐 아니라, 산성터도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이만한 높이의 산도 없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