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뀜은 많은 것을 내포한다.

먼저 우리의 옷차림부터 바뀌게 된다.
얇은 재킷이나 트렌치코트를 입는 일상에서 벗어나
모두가 두툼한 옷으로 몸을 무장하기 시작하는데
올해는 검은색 롱 패딩 열풍이 불어 
여기저기 조기축구회 패션으로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활 모습도 변하게 된다.
고전적인 방식으로 온열 매트를 꺼내놓는 사람부터
요즘 트렌드인 침낭 텐트를 치는 사람들까지..

또한 계절이 바뀜은 새로운 먹거리의 등장을 뜻하게 된다.
시원하게 즐기는 음식들은 이제 잠시 쉬어가고
뜨끈한 국물이나 전골이 득세하는 계절
한 그릇 탕에 온기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계절
겨울이 되었다.

겨울이 됨을 온몸으로 느끼며
사시나무 떨듯 떨면서 다녀왔던 제형면옥
그곳에서 만두전골을 먹으며 이제 전골의 계절이 왔음을 느꼈다.
그러면 지금부터 하계동 맛집 제형면옥 촬영기를 시작하겠다.

제형면옥(노원점)

노원구 공릉로65길 16
매장번호 : 02-978-8088
영업시간 : 10:00 ~ 22:00

깔끔한 실내는 3월에 오픈한 티를 아직까지 내고 있었고
객실도 준비되어 있어 단체 손님도 수용이 가능해 보였다.

우리가 주문했던 메뉴가 나오는 데 걸린 시간은 10분
굉장히 빨리 나오는 것이 신기했다.
금요일 저녁이라 소주도 간단하게 한 잔.

평양 물냉면 (9.000원)

내가 처음 진정한 평양 물냉면을 먹고 이런 생각을 했다.

"아.. 소가 목욕하고 나온 물을 먹는구나."

근데, 이러한 평양냉면에도 업소마다 차이가 있어서
어떤 곳은 육향을 강하게 첨가하는 곳이 있었다.
그런 곳은 초심자가 도전하기 참 좋을 듯싶다.

넉넉하게 담아내신 면의 양
메밀 함유량이 70% 이상이라는 면인데, 이빨로 툭툭 잘 끊긴다.
투명하고 이파리가 떠 있는 국물은 예상대로 시원하고 깔끔하다.
동치미의 시원함이 아닌 맹물(?)의 시원함과 비슷하다.
하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오묘한 맛의 기운은 뭐라 표현할 길이 없구나.
그만큼 평냉은 디테일의 미학이기 때문.

평냉은 가위질 없이 한가득 들어 올린 후,
면을 목이 막히도록 밀어 넣고 이빨로 우걱우걱 씹다가
국물을 한 번 쭉 들이키면 그제서야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소주로 입 가심은 두말할 필요가 없지.

제형면옥의 평양냉면은 개성이 강하지 않다.
흰색 캔버스에 얇은 연필로 윤곽선을 그린 느낌
그래도 내가 그전에 경험한 의정부 계열보단 훨씬 초심자에게 문을 넓게 열어 놓았으니
한 번 드셔보시길.

평양 손만두전골 (23.000원)

압도적인 비주얼에 평양 손만두전골이 등장
내가 가격표를 잘못 본 것은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저렴한 가격
근처라면 남자 둘이서 간단하게 술 한잔하기 딱 좋은 가격이다.

팔팔 끓여내면 채소의 숨이 죽고 그 모습을 드러내는데...
얼큰해 보이는 빨간 국물 사이에 두툼한 피가 인상적인 이북식 만두가 정말 탐스럽다.

한 그릇 정갈하게 떠보았다.
이북식 냉면이라 함은 피가 두툼하여 쫄깃한 것이 특징
예전에 처음 접했던 수요미식회 만두 편 <평안도 만두집>의 만두가 떠오르는 비주얼
제형면옥은 이런 이북식을 지향하기에 피를 확실히 신경 써서 만든 느낌을 받았다.

만두전골이 더 맛있어지는 계절
아. 드디어 겨울이 찾아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