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도에 이어서 레드오션 극복법에 대한 2탄이다.

레드오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정파의 방법 그리고 사파의 방법이 있다.
정파의 방법이란, 이름 그대로 정직하게 밀어붙이는 방법이다.
직구를 기다리는 타자에게 애매한 150km 대의 직구는 통타 당하기 십상.
그것보다 훨씬 강력한 채프먼의 160km 대의 직구는 알면서도 치지 못한다.
이렇게 승부하는 걸 나는 정공법이라 생각한다.

고깃집의 정공법은 누가 뭐라 해도 고기로 승부
최정상급의 돈육을 가지고 승부하는 방법을 들 수 있겠다.
누가 먹어도 "아 맛있다." 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돈육으로 말이다.

그러나 나는 전자보다 후자, 즉 사파의 방법을 추천하고 싶다.
사파의 방법이란 고기 자체의 육질보다 그 외의 부수적인 것들로 고객들의 마음을 끄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고기가 별로라는 것은 아니다. 선두주자들과 비슷한 퀄리티의 고기를 내놓는다는 가정에서..)

어제 소개한 김일도의 경우 전남 '김'이라는 소재를 활용하여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만들려 한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면 2탄으로 소개하려 하는 고반식당은 어떤 방식으로 레드오션을 타파하려 하는지...
지금부터 여의도역 맛집 고반식당 촬영기를 시작하겠다.

고반식당 (여의도역점)

영등포구 여의대방로 67길 21 정곡빌딩
매장번호 : 02-782-8886
영업시간 : 11:30 ~ 22:00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도 작게나마 보유하고 있고
여의도 상권의 특성상 회식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널찍하게 마련한 실내의 모습은 가슴이 뻥 뚫린다.
15명 내외의 팀은 한 테이블에서 길게 먹을 수 있도록 배치한 모습이 눈에 띈다.

밑반찬이 어마어마하다.
여태까지 다니면서 괜찮다고 한 밑반찬을 모두 망라해서 싹 털어넣은 듯한 느낌이다.
소스류가 6종류, 기본 밑반찬이 6종류로 총 12종류
입이 쩍 벌어진다.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닌 달달하게 맛을 낸 상추 겉절이와 폭탄 계란찜까지 서비스로 나온다.
'김'이라는 아이템으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하게 보여준 곳이 <김일도>라면
고반식당은 마치 드래곤볼의 셀과 같다.
모든 프랜차이즈들의 괜찮은 기본찬들을 전부 조사하여 모두 내놓는 듯한 느낌.

고반 특수세트

돈차돌 150g (15.000원)

가장 먼저 집도 들어간 녀석은 "돈차돌"
우리가 흔히 아는 차돌박이라고 생각하면 오산
그보다 좀 더 두툼하며 씹는 식감이 강하다.

달궈진 팬에 올려 구워지는 모양새와 향이 마치 집에서 대패 삼겹살을 구워 먹는 모양새와 비슷하다.
고깃집에서 이런 느낌을 받은 것은 참으로 오랜만
가까운 기억을 더듬어보면 이태원 <나리의 집>

<나리의 집>에선 오로지 파절이라는 녀석만 가지고 고기와 조화롭게 먹어야 했다.
(물론 그렇게만 해도 지루하기 전에 끝나버린다.)
그런데 이곳은 6X6의 다양한 가짓수로 즐길 수 있는 녀석들이 있으니 훨씬 경험의 폭이 증가한다.

돈차돌의 맛 자체는 고급스러운 나리의 집의 느낌

돈치맛살 150g (15.000원)

갈매기살 200g (15.000원)

서래갈매기에서 갈매기살 알바를 했던 나에게 최고의 갈매기살은 아이러니하게도 '서래 갈매기'
적당히 염지된 그 마약 같은 맛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고반식당의 갈매기살은 갈매기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종로 3가 갈매기 골목 어딘가에서 먹어봤음직한 맛 그 자체다.

조금 아쉬웠던 건, 기름진 녀석들을 잔뜩 먹은 후 식감과 담백함으로 무장한 갈매기살을 접하니 맛의 색이 너무나 흐려진 것이다.

마지막 후식 샤베트까지 운치 있게 즐기며 오늘의 식사를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