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성장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무엇일까?
근육이 성장하기 위해선 적절한 영양과 끊임없는 훈련
정신이 성장하기 위해선 어떤 문제에 대해 다각도로 생각하는 훈련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두 부분에서 공통적으로 필요한 요소는 바로 '시간'이다.

근육을 그만 쓰고 회복하는 '시간'이 있을 때, 근육은 더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무언가 집중하여 정신을 사용하다가 나른한 상태로 돌아가 '사색의 시간'을 가질 때 인간은 또 다른 세계를 만나게 된다.

이런 '시간'은 단순히 인간에게만 효용적인 건 아니다.
음식에서도 마찬가지다.
활어회만 먹던 한국인이 숙성회에 맛을 안지 십 년이 되어가고 요즘은 오히려 숙성회를 찾고 있다.
이런 바람은 육식에서도 이어지고 있는데 <서동한우>를 필두로 숙성한우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돈육에서도 마찬가지. 이제는 너도 나도 숙성 돈육에 대한 이야기를 한 마디씩 늘어놓고 있는 상황.

그래서 오늘 방문한 곳이 더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
숙성육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서동한우>의 서브 브랜드로 돈육에도 숙성의 노하우를 도입한 시간돼지를 방문해 보았다.

시간돼지

마포구 성암로 15길 37
매장번호 : 02-3152-3020
영업시간 : 평일 (11:30 ~ 14:00 / 17:00 ~ 24:00)
 주말 (14:00 ~ 22:00)

디지털미디어시티역은 한샘 그룹과 몇몇 개의 대형 상업 단지가 있기에 많은 고깃집들이 밀집해있다.
바로 근처에 <일미락> , <하남돼지집>과 같은 쟁쟁한 고깃집들이 많았는데
그 속에서도 상암동 맛집 시간돼지는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다.
자신의 아이덴티티가 확실한 식당은 이런 점에서 유리하다.
상대가 어떻든지 자신의 개성과 합이 맞는 손님들이 끊임없이 찾아올 수 있으니..

우리도 자리에 착석하여 말로만 듣던 시간돼지의 마법에 빠질 준비를 한다.
씹으면 씹을수록 발효된 치즈의 풍미가 난다고 하는데, 과연 그런 느낌을 나도 받을 수 있을까?
배는 아팠지만 혀는 기대감에 휩싸인 채 침을 뚝뚝 떨어트리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통일성을 좋아한다.
같은 층위에 놓인 것이 아닌 자신만의 그릇은 좀 더 높은 자리에서 깨끗하게 손질된 그릇에 먹는 것.
내가 사장이라면 이런 아이디어는 잽싸게 벤치마킹을 할 것 같다.
개인상 차림이 어떻게 준비되느냐에 따라 그 업장에 대한 느낌이 확실히 달라지기 때문.

군더더기 없는 밑반찬이 나왔다.
요즘 대세라고 불리는 명이나물을 과감히 제거하고
그 자리에 방풍나물을 배치한 건 다른 업장을 따라가지 않겠다는 자존심으로 보였다.
또한 매콤한 맛 담당으로 내가 좋아하는 God김치가 있었던 건 매우 바람직.

수제 생맥주 355ml (6.000원)

여심을 저격할만한 에일맥주가 등장
블랑보다 좀 더 라이트한 에일맥주다.
맥주를 잘 먹지 못하는 김선생도 두 모금 먹을 정도로 라이트하며 상큼하다.
에일맥주 특성상 호불호를 탈 수 있지만
여인들에겐 무조건적인 호감을 얻을 수밖에 없는 맥주
다만 향이 강하지 않은 것이 에일 소비층에겐 단점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매우 만족했다.

삼겹살 150g (15.000원)

두툼해 보이는 삼겹살 2덩이가 등장
드라이에이징이라 하여 굉장히 시커멓고 거무튀튀한 면을 생각했는데..
의외로 멀끔한(?) 얼굴을 한 돈육이라 한편으론 안심.

얇게 썰어낸 새송이버섯과, 양파 1/3쪽이 같이 서빙된다.

두툼하다 보니 이렇게 세워서까지 구워야 한다.
서버분이 정말 열심히 구우셨다.
그래서 조금은 아쉬웠다.(?)

이렇게 고기를 올려놓는 용도로 사용된다.
그러면서 삼겹살에서 나오는 기름을 온전히 흡수하고 다시 가열되어 또 다른 별미가 된다.

긴장되는 첫 점.
소금을 살짝 올려 입에 넣고 음미한다.
평소 육즙이 팡팡 터지는 미디움 웰던스러운 삼겹살을 먹는 편이라
이렇게 완벽한 웰던 삼겹살을 먹는 건 참으로 오랜만
그래서 그런지 내 입에는 조금 뻑뻑했다.
육즙이 팡팡 터지는 맛은 아니었던 것 

그렇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오묘한 맛이 나더라.
치즈의 꼬릿스러움으로 표현한 사람들의 말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던 느낌
그러면서 조금의 아쉬움이 들었다.

"아 조금만 내 스타일대로 덜 익혔으면 어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