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우리들은 이런 말을 듣고 자라오곤 했다.
"누가 봐도 최고인 Best 1이 되어라."
한정된 자원에서 넘쳐나는 건 인력뿐이요
이때 우리가 키울 수 있는 건 인력의 수준일 것이니.
사람끼리의 경쟁에서 최고의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을 유일의 미덕으로 삼았던 것이다.

그러나 최고는 한 명 뿐.
한 명을 제외한 모든 이들은 zero-sum 게임에서 진 패배자의 슬픔을 맛볼 수 밖에
그러자,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되었다.
"Best 1이 아니라 Only 1이 되어라"

각각의 위치에서 Only 1이 되는 것
남과는 다른 나만의 아이덴티티로 무장하는 것은 21c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에서 매우 중요한 덕목이 되었다.

오늘 방문한 경발원은 이러한 Only1의 가치에 딱 부합하는 곳이다..

경발원

동대문구 망우로21길 34
매장번호 : 02-2244-2616
영업시간 : 12:00 ~ 21:00
(휴게시간 : 15:00 ~ 

한자로 씌여있는 고풍스런 가게
일단, 식당 내부부터 굉장히 옛스러움을 갖고 있다.
예전 <을지면옥>에서 느꼈던 그 느낌이랄까..

경발원은 사실 꽤나 악명높은 곳이다.
현금계산만 하는 것도 그렇고 문을 여닫는 시간이 가끔은 즉흥적이라는 소문
그리고 촬영을 하면 안된다는 소문 등등
블로거 사이에서 어떻게 보면 금기시 된 곳 중 하나인데

짬뽕 (5.000원)

국물을 한 번 떠 먹어보았다.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할까...
동행인 인호는 명절에 부쳐먹는 튀김과 같은 느낌이라고 했는데, 그리 틀린 맛은 아닐것이다.
왜냐하면 고기기름이 꽤나 많기 때문에, 튀김을 먹을 때 느껴지는 기름맛과 비슷한 맛이 나기 때문

그리고 꽤나 맵다.
누구나 급하게 먹다가 기침을 한 번 할 수 밖에 없는 알싸한 매운맛도 갖고 있는 경발원의 국물

면과 함께 먹으면 정말 묘하다.
고기국물맛과 매콤함이 어우러져있어서 매니아는 빠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나는 완전 풍덩 빠져버렸다.

내가 생각하는 짬뽕세계에서 경발원은 마치 바람의 전학생과 같았다.
시공간이 다른 곳에서 넘어와서 이 동네의 짱들을 단숨에 물리쳐버리는...그런 존재
아 집 근처라면 매일 방문할 것만 같다.

깐풍기 (25.000원)

매콤하다.
그냥 먹는것보다 주류와 곁들일 때, 그 효과는 2배로.
사실, 깐풍기는 자주 먹는 음식이 아니라 이렇다 저렇다 평가할 수 없지만
고추를 잘 써서 내가 좋아하는 매콤함의 지점을 적확히 찌른 경발원의 깐풍기를

부추와 싸먹으면 또 다른 식감과 향, 그리고 맛을 주는 깐풍기
포스팅을 쓰면서 군침이 넘어가는 이유는
그때 그 기억을 내 머리가 아닌 몸이 기억하기 때문.
정말 요 근래 먹었던 식사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기억이 아닌가 싶다.



이상 경발원 촬영기였다.

경발원이 짬뽕계의 Only 1이 되었듯
나도 블로그에서 Only 1이 되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