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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 20cm는 되야 제맛~~~~ | 2009.09.27 | 조회: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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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가을입니다~~~

전어가 나오는 시기죠.

충남 서천군 서면 마량리 마량항과 이웃한 도둔리 홍원항엔 지금 전어잡이가 한창이다. 지난달 19일부터 매일 30여척의 어선이 하루 세 차례 바다로 나간다. 전어를 실어나르는 수족관차량 기사들로 인근 춘장대 해수욕장 숙박시설이 때아닌 호황을 누릴 정도다. 서천엔 지금 ‘개도 물고 다닐 만큼’ 전어가 넘쳐난다. 그러나 10년 전만 해도 전어는 ‘개나 물고 다니는’ 생선이었다. 그만큼 바다가 풍요로웠다는 이야기다.

▲그물에 걸려도 버렸던 생선

서천에서 전어를 잡기 시작한 것은 불과 7~8년 전이다. 경남 사천(삼천포), 마산, 부산 등 남해안 일대에서는 인기 생선이었지만, 사철 ‘고급 어종’이 넘쳐나는 서천에서는 전어를 잡을 생각도, 이유도 없었다. 정정호 서면개발위원회 사무국장은 “전어는 남 주기에도 미안한 생선이었다”며 “부산·경남 쪽에서 여기서도 전어가 난다는 사실을 알고 부탁해오면서 전어잡이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전어축제가 한창인 홍원항엔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 다 돌아왔네!’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지만, ‘…며느리 다 돌아온다’는 속담이 서천에서 유래한 것은 아닌 셈이다.

올해 남해안은 전어 ‘가뭄’이라는데, 서천은 유독 전어 ‘풍년’이다. 하루 평균 5~6t, 많을 땐 30t도 잡아올린다. 배에서 거래하는 가격이 지난해 ㎏당 1만원에서 6,000~7,000원으로 내렸다. 서천에서 낚아올린 전어의 70~80%는 부산·경남으로, 10%는 수도권으로 보내진다. 서천 일대에서 소비하는 양은 10% 정도다.

전어잡이에서는 후발 주자지만, 서천 사람들은 “맛은 으뜸”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서천 앞 비인만의 갯벌을 먹고 자란 ‘갯벌 전어’이기 때문이란다. 전어는 매년 봄 비인만에서 산란해 여름을 난 뒤, 찬바람이 불면 서해 먼바다로 나간다. 봄부터 가을까지 생활하지만 8월말부터 11월 중순까지만 잡는다. 전어가 겨울을 나기 위해 몸에 지방을 축적하면서, 지방 함량이 2.4%에서 6%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전어를 구워낸 오븐 바닥에 기름이 흥건히 고일 정도다. 또 이맘때쯤 포식자인 삼치가 비인만으로 올라오면서, 뿔뿔이 흩어져 지내던 전어들이 무리를 짓기 때문에 잡기가 수월해진다.

▲몸길이 20㎝는 돼야 제맛이지

전어를 즐기지 않는 서천 사람들에게도 전어구이는 예외다. 매일 전어를 구워내는 식당 주인들조차 “고소한 냄새 때문에 굽다가도 한마리씩 집어 먹는다”고 말했다. 신은성 선장은 “딱 이 정도 크기가 가장 맛있다”며 왼손 손바닥을 펴고 오른손으로 손목께를 짚어보였다. 어른 한 뼘 크기. 20㎝ 정도의 ‘떡전어’를 말한다.

“육고기는 어린 놈이 맛있고, 물고기는 다 큰 놈이 맛있지. 농어 새끼는 깔때기, 숭어 새끼는 모치라고 하잖아요? 그렇게 성어랑 새끼를 구별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어요.”

마량리 돌고래횟집 안병엽 사장은 “전어도 씨알 굵은 놈이어야 제 맛이 난다”며 “작은 건 구워봐야 쪼그라들어 먹을 것도 없고, 회를 쳐도 머리·꼬리 잘라내면 남는 것이 없다”고 했다.

한동안 홍원항엔 손바닥만한 새끼 전어들밖에 없었다. 떡전어가 잡히기 시작한 것은 이달 중순부터다. 횟집 수족관엔 크고 작은 전어들이 뒤섞여 있다. 주민들은 “전어를 찾는 사람이 워낙 많다보니 덜 자란 전어까지 다 잡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한 주민은 “남해안 전어가 더 맛있다는 사람도 있다”며 “전어 맛은 똑같은데도, 남해안에서는 성어만 취급하기 때문에 그런 소리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횟집들은 큼직한 떡전어는 구이용으로 따로 떼어 놓는다. 구이는 살아있는 것보다 급속 냉동해 놓은 것이 좋다. 살이 흩어지지 않기 때문. 먹을 땐 뼈를 발라내지 않고 머리부터 꼬리까지 통째로 씹어 먹는다. 뼈가 연하기 때문에 입에 거슬리지 않는다. 회도 뼈째 ‘세꼬시’로 먹는다. 잘게 채를 썬 회를 야채와 양념으로 새콤달콤하게 무친 회무침도 인기. 회무침에 밥을 넣고 비벼먹는 전어회덮밥도 필수 코스다.

횟집 메뉴판만 들여다봐도, 서천은 풍요로운 고장이다. 봄엔 주꾸미가 제철. 머릿속에 쌀밥 같은 하얀 알이 들어있는 주꾸미를 살짝 데쳐 먹는다. 여름엔 광어와 도미가 잡힌다. 가을엔 마량항과 홍원항에서 그물 가득 전어를 잡아올린다. 동지 무렵에는 ‘해뜨는 마을’인 마량항에 서해 일출을 보러 사람들이 몰려든다. 부두의 비릿한 기운은 바로 ‘풍요’의 내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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