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따사로운 아침 햇살을 맞으며 일어난 우리 일행은 그 전날 보았던 황량한 도시와는 정반대의 분주한 모습의 아들레이드를 보았다.

 

(과연 사람이 살긴 살고 있었다.)

 

우리가 90% 여행의 목적을 띄고 있었지만 자비로 간 것이 아닌 '호주 축산공사'의 후원을

받아서 간 여행인 만큼 이날 오전에는 호주 축산공사의 공장으로 견학가서

소와 양을 도축하는 모습을 봐야만 했다.

 

난 개인적으로 매우 궁금했고 사실 일반인이 보기 매우 힘든 광경이기 때문에

기대를 하고 봤지만 같은 일행이었던 여자들은 피가 난무하는 끔찍한 장면에

눈을 돌리곤 했다. (하지만 고기 잘 먹더라.)

 

정말로 살아있는 소가 한마리씩 공장으로 들어와 포장육이 되어 박스에

포장되는 과정까지의 모든 부분을 다 보았는데 공장에 따로 견학코스가 없

기 때문에 작업을 하시는 분들과 레일따라 이동하는 소와 양들 사이를 헤치며 걸어다녔다.

 

가장 끔찍한 부분은 역시 소나 양을 기절시킨 뒤 목을 따서 피를 빼내는 장면과

 껍질을 벗겨내는 장면인데 수십마리가 쏟아내는 피때문에 따뜻했던 공장

내부가 순식간에 차가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수고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호주로의 이민을 위해 여러 아시아 사람들 (특히 중국사람)이 많이

 공장으로 온다고 한다.

호주가 이민에 대해서 매우 관대하지만 그마저도 통과가 안되는 사람은 이렇게

사람들이 꺼리는 공장으로 와서 몇년간 근무를 한 후 이민신청을 한다는 것이다. 

처음 생각에는 꺼리는 일이라서 봉급이 높고 피를 보는 일이라 부서이동이

주기적으로 있을 줄 알았으나 봉급은 일반 요리사정도의 봉급에 특정 기술을

요하는 일이라 부서간 이동은 없다고 한다. (즉 소의 목을 따는 사람은 퇴사할 때까지

목만 따야한다.)

스치기만 해도 잘릴 수 있는 도축용 칼을 들고 항상 피를 보며 일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은 표정이 매우 날카로웠다. 그도 그럴 것이 실수를 하면 자신이 다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려와는 다르게 우리를 보고서는 금세 미소를 지어주셨다.

 

공장 견학을 마친 우리는 아들레이드의 독일 마을인 'HAHNDORF' 로 갔다.

 

마을로 들어와 바로 보이는 것이 바로 한도르프 여관이다.

정말 여관크기로 아래층에는 우리가 점심식사를 한 카페와 레스토랑을 겸하는 음식점이 있다.

 

메뉴가 써진 모습..... 정말 빼곡하다...

 

워낙에 날씨가 좋아서 더욱 좋았었다.

특히 인상깊은 것은 호주 도시에서나 이런 마을에서나

 종종 본 모습이지만 저렇게 인도에 아예 박혀있는 테이블이 여럿 있다는 것이다.

잘은 모르지만 건물 앞 보도블럭도 건물의 소유가 아닐까 싶다.

 

마을은 완벽한 일자 형태로 가운데 작은 2차선 도로를 두고 좌우로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늘어서 있다.

 

길 건너 맞은편에서 음식점을 찍어보았다.

정말 서부영화에나 나올듯한 모습의 여관이었다.

 

특히 독일마을답게 건물이 모두 낮고 과장되지 않은 정형화된 디자인이 소박한듯 멋있었다.

 

음식점의 내부는 녹색과 나무색이 어우러진 따뜻한 느낌이었다.

대낮이었지만 역시나 제대로 된 음주를 즐길 줄 아는 여러 손님들이 독일식 요리와 맥주를 즐기고 있었다.

 

나는 이런 느낌의 레스토랑이 좋다.

 

여러 요리가 있었지만 우리는 가장 대표적이고 잘나가는 요리인 '슈바인 학센 플래터'를 시켰다.

 

엄청난 대접시에 각종 독일식 요리가 쌓여서 나왔다.

 

소세지 - 소고기, 양고기, 돼지고기

아이스바인(슈바인 학센)

베이컨 - 얇은 훈제 베이컨이 아니라 통삼겹 베이컨이다.

소스에 조린 감자

돼지 미트볼

쁘레첼

크레송

 

소세지는 정말이지 태어나서 먹어본 소세지중에 가장 맛있다고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호주 음식이 모두 그러했듯 조금 짰으나 그 짠맛마저 당연하게 여겨질 만큼 다른 맛과의 조화가 뛰어났다.

함께 시킨 독일 맥주와 함께 한입 먹으면 정말 날아갈 듯 하다.

 

아이스바인이라고도 부르는 슈바인 학센은 돼지 다리를 맥주에 삶아서 만드는 독일식 족발로 

우리나라의 족발과는 모양만 비슷하지 맛은 완전 다르다.

 

우리나라 족발이 쫄깃한 맛을 강조하는 반면 학센은 매우 부드러운 질감을 가지고 있다.

술술 뜯어지는 학센을 먹으면 짭짤한 맛과 함께 껍질에서 느껴지는 감칠맛과 묘한 향이 어우러져 최고의 맛을 낸다.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제대로 된 학센을 맛본 적이 없다.

 

곁들임 빵으로 나온 쁘레첼을 마치 나무처럼 보이는 진한 갈색에 뻑뻑한 듯

하지만 먹을 수록 중독성이 생기는 속살을 자랑하며투박하게 꼬여있었다.

 하지만 남는 재료로 만들었던 쁘레첼의 기원과 독일식 요리의 특성을 보자면 쁘레첼이 세련되게 꼬여있을 이유가 없다.

 

쁘레첼의 극 담백한 맛과 질감은 소스를 찍어 먹을 때 최고조에 달하는데 빵조차도 맥주와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사실 맥주의 기원이 빵에서 시작되는 만큼 당연할 수도 있다.)

 

역시 학센과 소세지를 먹으면서 겨자를 빠뜨릴 수 없다.

 

세가지 씨겨자가 나왔는데

맨 위에 겨자는 적포도주와 마늘을 넣은 겨자

좌측은 바바리안 겨자

우측은 그냥 겨자이다.

 

세가지 겨자 모두 특색있는 맛으로 자칫 질릴 수도 있는 기름진 요리의 맛을 맥주와 함께 잘 조절해주었다.

 

겨자는 바에서 알아서 퍼담을 수 있다.

 

나는 우리 일행과 동행했던 5명의 호주인과 같이 한테이블을 잡았기 때문에 이말 저말 나누다가

갑자기 맞은편에 앉은 여자분이 나에게 재밌는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다.

 

넵킨을 목에 쑤셔 넣는 촌스러운 모습과 통뼈를 들고 뜯는 모습까지 친절히 코디해준 다음에 웃으며 찍은 사진.

촌스러움과 경박스러움이 투박한 잔에 담긴 맥주와 레스토랑의 편안한 분위기에 잘 녹아든 듯 하다.

(근데 내 표정은 좀...)

 

 

이곳이 카페도 겸하고 있었기 때문에 디저트는 따로 메뉴에 있지 않고 카페에서 의례 볼 수 있는 쇼케이스에 담겨있었다.

 

음식점을 나와 맞은편 가죽점에 들어가봤다.

 

정말 가죽으로 만든 모든 것들이 다 있었고 겉보기와는 다르게 넓은 속 모습과 영화속 한장면처럼 꾸며진 인테리어가 매우 인상깊었다.

 

정말 소박해보이는 이브의 커피집..

 

지금 보이는 모습의 분위기가 전체 마을의 분위기로 매우 소박하고 작은 동네이다.

 

배부르고 기분좋게 취한 나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악세서리를 보다가 다시 차를 타고 동물원으로 향했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아쉬운 동물원....

 

사실 동물원이라고 하지만 이곳은 작은 사파리와 같다...

위험한 육식동물 우리에만 사람이 못들어가도록 철창이 아닌 자연스런 땅의 구분이 되어있고

나머지 동물들은 그저 돌아다닐 뿐이다.

 

사람이 동물들 사는 곳으로 들어가는 것이지 사람들 다니는 곳에 동물들이 있는 것이 아니다.

가장 많은 동물은 역시 캥거루와 쥐처럼 생긴 동물로 사실 가까이 가면 위험할 수도 있으나 조금의 안전수칙만 지키면 정말 어깨동무를 할 수도 있다.

 

정말 지상낙원이라고 느낄 정도로 좋은 날씨를 온몸으로 받고 있는 캥거루

 

우리의 기대와는 다르게 80%이상의 캥거루가 저렇게 뻐드러져 자고 있었다.

안자고 있는 캥거루는 사람이 지나가던 말던 전혀 관심이 없었다.

 

가까이 갔더니 갑자기 돌아본다.

 

누가 캥거루가 귀엽다고 했다던가.... 나이를 적당히 먹은 캥거루는 실로 조폭에 가까운 포스를 보여주었다.

 

그나마 좀 작은 캥거루에게 가까이 가서 사진을 찍어보았다.

광각으로 찍은 사진이기 때문에 이 사진을 찍기 위해서 캥거루와 채 30cm도 되지 않게 가까이 갔었다.

순간 권투를 해버릴까봐 겁도 났지만 이녀석은 호기심이 있어선지 가만히 있었다.

 

 

캥거루와 코알라같은 호주를 대표하는 동물과 함께 수많은 동물들을 눈앞에서

바로 보고난 뒤 다시 아들레이드 시내로 돌아왔다.

 

잠시동안의 느낀 아들레이드는 정말 지상낙원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넓은 땅덩어리로 인해 자연스레 여유로워질 수 밖에 없는 도시의 모습을 보면서

 넓은 땅에 큰 건물로 빼곡히 자리잡은 중국의 과장성과 작은 땅으로 인해 최대한

 높은 건물로 빼곡히 채운 서울의 복잡함에 회의감이 들었다.

 

하지만 다 그만큼의 장단점이 있으니 마냥 부러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특히나 8시 이후 정지되는 사람들의 일상은 밤문화를 충분히 즐겼던 한국사람에게는

정말 적응하기 힘들다..

 

 

다음 포스트는 이날 저녁을 먹으러 갔던 자칭 애들레이드 최고의 스테이크 펍 'the STAG'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