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구
사전 예약을 했더니 이렇게 이쁜 데코는 덤으로..ㅋㅋ
장미꽃잎과 해초로 만든 하트.
실제로 보면 나름 귀엽다는.
성격 급한 우리는 음식부터 주문하려고 했는데
식당 주인이 천천히 석양도 감상하면서 좀 있다가 주문해도 된다고 해서
일단 화이트 와인 한 잔과 맥주 한 잔부터 주문.
생각해보면 자리값을 비싸게 받는 건데 음식만 먹고 휭 나올 곳이 아니긴 하지.
석양을 감상하며 와인도 좀 마시다가
해물을 고르러 갔다.
먹고 싶은 해물을 고르고 주문을 하면 되는데 1킬로 당 가격이 책정되어 있다.
싱싱한 해물들이 그 자리에서 바로 숯불에 구워진다.
손님들은 해물을 직접 보고 고를 수 있는데 무게도 그 자리에서 달아 확인시켜 준다.
해물 바베큐를 만드는 바쁜 손놀림들.
어느덧 석양이 지고...
가족끼리 또는 연인끼리 해변을 거니는 모습들이 아름다웠다.
우리가 주문한 씨푸드가 준비되었다.
사실 짐바란 씨푸드에 대한 워낙 안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봐서 그런지
큰 기대 안 하고 한 번 경험해보자 하고 왔는데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등장한 해물 바베큐에 살짝 기대감 상승.
랍스터도 생각보다 크고 다른 해물들도 실하다.
나름 깔끔하게 담겨져 나와 보기 좋음.
네 가지 소스를 주는데 삼발, 간장, 마늘, 칠리 소스였던 것 같다.
저 마늘소스 정!말! 맛있었다.
생선도 바삭바삭 잘 구워졌고..
비쥬얼은 좋지만 발라먹기 귀찮아 내가 그다지 즐기지는 않는 꽃게도..
쌀밥은 저 소쿠리에 넉넉하게 담겨 나온다.
역시 한국인은 뭐든지 밥과 함께!!
맨 앞에 있는 해초무침도 입맛에 잘 맞았다.
모든 해물들이 다 먹을 만 했지만 특히 깔라마리 튀김이 맛있었다.
(깔라마리가 어디에서 안 맛있겠냐만은;)
식사를 하는 손님들 사이로 길거리 악사들이 누비고 다니며
노래를 해준다.
니하오 하길래 한국인이라고 했더니
노사연의 '만남'을 열창.
발리에서의 k-pop은 아직 '만남'에서 머물러 있는 건가;;
우리 옆 자리는 일본인 모녀인 듯 했다.
팁을 주라는 법은 꼭 없지만 우리는 서로 민망해지고 싶지 않았기에 그냥 줬다.
이런 게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어떤 서양인 커플은 이 악사들이 두 곡이나 불렀는데 팁을 안 줬다.
이 가게의 사장님인 Darma 씨.
발음은 좀 알아듣기 어려웠지만 영어가 유창하셨고 유머러스한 분이었다.
내가 여기서 먹은 씨푸드에 대해 블로그에 포스팅하겠다고 했더니
자기 전화번호도 적으라면서 명함도 줬는데..어딘가에 있겠지..;;
(내가 이래서 명함 받는 걸 안 좋아한다)
관광객들 상대로 바가지 씌우고 명성과 달리 허접하다는 평이 많은 짐바란 씨푸드.
별 기대를 안 하고 와서 더욱 그랬겠지만
난 전반적으로 괜찮았다.
일단 사장님이 친절하고 손님 응대에 열심이었고
(돈만 벌기에 급급한 곳은 손님들 응대에 그리 열심이진 않을 거라 생각된다.
그래도 식당 운영을 하는 데 있어 어느 정도 책임감이 느껴지는 분이었다.)
그리고 어떤 가이드북에서 읽었는데 패키지여행을 하면서 단체로 이런 곳에 온다면
여행사 측에서 미리 식사를 얼마 정도로 맞춰 달라고 사전에 식당과 협상을 하기 떄문에
음식의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예전에 유럽여행을 패키지로 갔을 때 모든 음식이 맛있다는 그 이탈리아에서 간 식당들에서
정말 한국보다 못한 파스타와 피자만 먹다가 돌아왔던 기억에
다시는 패키지 여행을 안하겠다고 다짐했던 터라 남편과 둘이 가는 여행은 모두 자유여행으로 준비하는데,
이번에도 잘했다 싶었다.
물론
나오는 음식의 질이나 양에 비해 가격이 매우 비싸긴 하다.
하지만 그냥 한 번 쯤 따지지 않고
기분 좋게
그냥
즐기다 오고 싶었다.
그러려고 휴양을 오는 거 아닐까.
그리고 덕분에 이런 곳들이 장사를 하는 거고.
리조트에 돌아와서는 전날 예약해 둔 스파를 받았다.
정성스럽게 발도 씻겨주고
각자의 방에 들어가서 1시간 반 짜리 맛사지를 받았다.
받는 순간은 시원한데
역시 두 시간 지나고 나니 도로묵.
여행 내내 목 어깨결림에 시달렸는데 리조트를 떠나는 순간 가벼워지더라는.
너무 놀고 먹어서 아팠었나 싶다.
맛사지가 끝나고 나오니 제공된 차와 바나나칩.
팁을 주려고 했는데 맛사지 해주신 분들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려서 못 줬다.
이런 곳은 이미 책정된 가격에 봉사료가 붙어 있어서 따로 팁은 안 바라는 듯 하다.
어쨋든 마침 이벤트로 25프로 할인 행사를 진행 중이었어서 평소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맛사지를 잘 받았다.
나름 잘 꾸며져 있던 인터컨티넨탈 발리 리조트의 스파.
맛사지 해주시는 분이랑 이야기도 좀 했는데
영어가 많이 유창하지는 않으신 듯 해서 많은 이야기는 못 나눴다.
(그렇다고 내가 많이 유창한 것도 아니지만)
내가 힘들지 않냐고 물었더니 그냥 웃기만 한다.
손님이 많을 때는 7시간 동안 스트레이트로 맛사지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손님이 많아야 돈은 벌지만 손님이 많으면 몸도 마음도 힘든 슬픈 사실.
노동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느끼는 게 아닐까.
(나도 포함해서..)
한국에 와본 적이 있냐고 물었더니 돈이 없댄다.
한국에서 결혼한 사촌이 살고 있는데 한국에서 대학도 다니고 있다고 했다.
집은 누사두아인데 오토바이를 타고 출퇴근 한다고 하길래
나도 모르게 좋은데 사네요 하려다가 아차 했다.
나에게 누사두아야 호화 리조트들이 들어서 있는 관광단지이지만
이들에겐 그냥 똑같은 일상의 반복인 삶의 터전인 것이다.
세부 샹그릴라 리조트에서도 5분만 나가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듯이
이곳 발리에 휴양을 즐기러 온 들뜬 사람들 사이에서
그냥 묵묵히 일상의 노동을 감내하는 이들이 있었다.
나도 한국에서는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이고
지친 몸과 마음을 충전하고 일상을 살아낼 수 있도록 힘을 얻기 위해 휴가를 온 거지만
자기는 가보지도 못한 한국이란 나라에서 온 낯선 동양여자의 다리를 주무르는 그 발리의 아가씨에게
내가 느낄 수 밖에 없었던 건
뭔지 모를 미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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