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홍성군 광천읍에는 '서해의 등대'라 불리는 오서산이 있습니다 높이는 791m에 불과하지만 높은 산이 별로 없는 서해바다 근처에서는 그래도 가장 높은 산 중 하나입니다. 옛날에 까마기가 많았다 하여 까마귀 '오'자가 산이름에 붙어 있지만, 지금은 까마귀는 없고 산 정상에는 억새가 광활하게 펼져져 있습니다. 가을 억새철이면 억새축제가 벌어지고 그 때에는 산에 발디딜 틈도 없다고 하네요.

광천은 오서산말고 새우젓이 유명합니다. 토굴에서 숙성된 양질의 새우젓인데, 새우젓축제 때는 전국에서 젓갈을 사려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작은 동네 광천에 사람으로 북적거릴 때가 바로 이 축제기간 중입니다.

사진 1: 오서산 정상입니다. 늦가을에 들린 오서산은 축제기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억새는 그 황홀했던 자태를 잃지 않고 있습니다

사진 2: 오서산 능선에 깔린 억새... 장관입니다

사진 3: 서해안의 등대라고 불리는 오서산은 날씨가 맑을 때면 저멀리 서해바다가 한 눈에 들어 옵니다

사진 4: 햇빛을 받은 저수지가 마치 보석처럼 반짝입니다

광천읍 매현리에는 아버지의 부성애를 보여주는 아담한 정원이 있습니다. 과수원을 하던 아버지가 대학에 들어가 교통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아들을 위해 정원을 만들었습니다. 이름하여 '그림이 있는 정원'. 아들은 사고를 당한 이후로 입으로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배워 유명 전시회에서도 상을 탈 정도로 그림 실력이 수준급입니다. 강렬한 의지로 마음 속 아름다움을 그려 내는데, 그림을 보면서도 그 의지와 실력에 탄복하게 됩니다

사진 5: 친구들과 산행을 마치고 '그림이 있는 정원'에 들렸습니다

사진 6: 입으로 그린 솜씨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유명 전시회에도 많이 출품되고, 상도 받았다고 합니다

사진 7: 입에 붓을 물고 그린 정원의 풍경입니다

사진 8: 그림이 있는 정원의 규모는 이전에 과수원을 개조한 만큼 개인 소유지 치고는 그 크기가 방대합니다. 곳곳에 아들을 위해 아름다운 나무들이 심어져 있습니다. 아들은 큰 방에 누워있는데, 관광객들을 볼 수 있게 끔 되어있습니다. 아마 아들이 세상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한 배려 같습니다. 물론 관광객도 아들을 볼 수 있습니다

사진 9: 오늘 참 많이 걷습니다. 산행도 하고 정원도 둘러보고...

배고 고픕니다. 너무 걸은 탓이겠지요. 택시기사 추천으로 젓갈정식으로 알려진 '억새풀식당'이라는 곳에 갔습니다. 토박이들이 자주 찾는 곳이라는 군요. 주인장에 따르면 새우젓은 오젓, 육젓, 추젓 등이 있는데 6월에 알이 잘 박힌 새우로 만든 육젓이 최상품에 해당하고, 김장은 주로 추젓으로 담근다고 하네요.

반찬으로 갈치속젓, 오징어젓, 꼴두기젓, 명란젓, 새우젓, 창란젓, 아가미젓, 밴댕이젓, 낙지젓 등등.. 젓갈이 12가지가 나옵니다. 젓갈에 밥을 살짝 비벼서 두 공기씩 뚝딱 했습니다. 젓갈의 단점은 염분이 많다는 것인데 그래서 밥이 많이 먹힌 듯합니다. 우리는 광천막걸리와 젓갈정식으로 등산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난 후, 상경하는 무궁화호 열차에 몸을 싣고 돌아왔습니다. 가을의 정취와 맛을 즐긴 하루였습니다.

사진 10: 젓갈 12가지가 나오는 젓갈정식인데, 가격은 1인당 10,000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