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경기도 광주시 국도변에 있는 동원대학에서 남한강변 종여울이라는 곳까지 산따라 길따라 걷기로 했습니다. 이른 아침, 배낭을 메고 집을 나옵니다. 내 나라를 걷는 것은 마치 어떤 의식과도 같습니다. 산도 걷다가 길이 끊어지면 좁게난 찻길도 걷고, 도중에 슈퍼라도 만날라치면 들어가 음료수나 '아이스케키'도 사먹습니다. 슈퍼는 가능한 한 시골 외딴 지역 할머니가 운영하는 곳을 즐겨 찾습니다. 그 분들 매출에 기여하기 위해서죠.

동원대학에서 능선을 오르니 엄청나게 시원한 정경이 펼쳐집니다. 무더운 여름에도 경치만 봐도 상쾌, 통쾌합니다. 동원대학 뒤로는 솥뚜껑을 엎어 놓은 것과 닮은 '정개산', 군대 사격지로 사용된 탓에 나무들이 무참히 잘려나간 '원적산'이 이어집니다. 원적산은 그래서 여름엔 모자 없인 등산하기가 무지 힘든 곳입니다.

사진 1: 동원대학에서 뒷산으로 오르다 보면 통쾌한 경치가 눈앞에 나타납니다

사진 2: 원적산 아래 군부대 사격장이 있어 화재방지를 목적으로 벌목이 이루어져 산정상은 마치 천상초원과 같습니다. 여름에는 직사광선으로 산행이 무지 고단한 곳입니다

사진 3: 저 아래부터 꾸역꾸역 여기까지 올라왔습니다

사진 4: 원적산 정상입니다. 넉넉한 이천의 평야지대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원적산을 지나 낮아지는 산줄기를 타고가다 한참을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걷습니다. 그러면 어느덧 길은 앵자봉으로 솟구칩니다. 앵자봉은 발 아래 천진암 성지를 품고 있습니다. 앵자봉에서 양자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다리 힘이 넉넉한 산객들에게는 한적한 종주코스로도 이용되는 곳입니다.

앵자봉에서 비를 맞습니다. 온 천지에 뿌우연 운무가 끼기 시작합니다. 산속에서는 비도, 눈도 자연의 일부입니다. 아주 심하지만 않다면 맞아도 아무렇지 않습니다. 비에 젖나 땀에 젖나 젖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사진 5: 운무에 쌓인 산줄기가 skyline과 구별 되지 않습니다

사진 6: 한적한 산길을 걷다보면 누가 매어 놓았는지 가파른 길에 rope가 있는 곳을 간간히 만나게 됩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남을 위한 마음이 바로 '선'이자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자봉은 염치고개라는 곳에서 끊깁니다. 하지만 고개는 고개인지라 트럭같이 몸이 무거운 차들은 꾸역꾸역 올라오는 모습이 보입니다. 차가 없는 한적한 고개라서 좌우를 잠깐 둘러보고는 산길로 들어 섭니다. 이 곳에는 친절한 아주머니가 지나는 자동차와 산객을 대상으로 포장마차를 하고 있습니다. 음료수 한 캔을 사서 마시고 잠깐 다리쉼을 한 후, 작별을 하고 갈길을 갑니다. 괴나리 봇짐대신 등산배낭을 메고 있는 걸 빼고는 영락없는 방랑객입니다

사진 7: 염치고개...

이제 해협산과 정암산만 지나면 오늘의 목적지인 남한강가 종여울이라는 곳에 이릅니다. 두 산 모두 크게 특징이 없지만 넉넉하고 험하지 않아 마을사람은 물론 호젓한 산을 찾는 산객들이 알음알음으로 오는 곳입니다.

사진 8: 해협산 정상에는 벤치가 있습니다. 잠깐 다리쉼을 하고 떠납니다

사진 9: 반듯한 바위산이란 이름의 정암산, 산정상석이 반듯하게 만들어져 있네요

종여울에 이르면 정지한 듯 흘러가는 남한강 소리가 나즈막히 들리는 듯 합니다. 마치 숨결과 같은 연인의 속삭임처럼 말이죠. 이곳에는 나이드신 분들을 위해 광주시에서 운영하는 무료 셔틀버스가 다닙니다. 할머니들이 "돈내고 버스 타지마. 조금있다 우리랑 타고가면 돼"하며 친절히 가르쳐 줍니다. 무료셔틀을 타고 2일간의 trekking을 마무리합니다. 어느덧 버스안에서 짧은 잠에 떨어집니다

사진 9: 종여울.. 오늘은 여기서 긴 걷기여행의 마침표를 찍으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