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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타산! 친구들끼리 이 산을 부를 때 '골때리는 산'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두타'라는 뜻은 불가에서 '모든 걸림으로부터 벗어나 산천을 떠도는 스님'을 가리킨다네요. 그래선지 두타산은 멀리서 바라보면 뭐 하나 군더더기 없이 말끔한 모습을 지니고 있습니다. 단정하게 상고머리를 한 70년대 중학생 모습이라고나 할까요?
이에 비해 청옥산은 불가에서 말하는 7가지 보석 중 하나입니다. 모든 걸 다 벗어버린 산 옆에 보석같은 산이 자리잡고 있는 것입니다. 조망이나 산세는 두타산이 더 내 마음에 듭니다. 아마도 보석보다는 벗어던짐으로써 아름다운 모습을 갖추었기 때문은 아닐런지...
어쨋든 두 산은 백두대간에 나란히 우뚝 솟아 주변 산을 주눅들게 만드는 극락과 같은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런 매력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 이 산 발자락에 자리잡은 무릉계곡입니다. 복숭아 나무만 있다면 무릉도원이라 불렸어도 과함이 없는 아름다운 곳으로 무릉계곡은 헙하지 않고 넉넉해 누구나 쉬었다 갈 수 있는 극락의 정토와 같습니다. 우리는 미국인 친구 Doug와 함께 백두대간 두타산 구간을 걸었습니다
사진 1: 두타산 능선 위로 맑은 하늘이 떠 있습니다
사진 2: 무릉계곡, 아마 이 곳에 복숭아나무만 있다면 무릉도원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을지도 모르지요
우리는 새벽에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새벽 산행은 동 터오를 때의 자연의 향연을 볼 수 있는 또 다른 보너스가 있습니다. 게으른 사람은 줄을 때까지 볼 수 없는 향연이지요. 물론 그 댓가로 찬 공기와 졸림을 극복해야만 가능한 '노동'입니다.
사진 3: 새벽에 산행을 시작하면 이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멀리 삼척시가 보입니다
두타산은 모든 거추장스러운 것을 버렸다는 그 이름처럼 산의 모습은 소박하고 단순합니다. 마치 동양화 여백의 미(美)라고나 할까요? Doug는 이 작은 땅에 이처럼 끊기지 않는 백두대간이라는 긴 산줄기가 있다는 점이 놀랍답니다. 정상에 서서 멀리 줄 지어 있는 대관령 풍력발전기를 보면서 그 곳까지 거리는 얼마나 되는지 물어옵니다. 높은 산에서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면서 대관령 구간은 무슨일이 있어도 꼭 함께 가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사진 4: 두타산은 이름 그대로 소박하고 화려하지 않은 매력이 있습니다. 두타산에서 바라본 주변 산줄기 모습은 소박하다 못해 경탄스럽기까지 합니다
사진 5: Doug는 한 참을 서서 주변을 돌아봅니다. 이 작은 땅덩어리에 백두대간의 끊임없는 산줄기가 신기하다네요.
사진 6: 두타산에서는 날씨만 허락하면 저 멀리 동해바다까지 볼 수 있습니다
사진 7: 두타산과 청옥산은 서로 이웃하고 있으면서 주변의 산을 주눅들게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두타산과 청옥산 모습!
사진 8: 두타산과 청옥산을 지나면 바위지대인 고적대가 나타납니다.
우리는 산행을 끝내고 우리는 이기령으로 하산했습니다. 이기령 아래 첫 집에는 80이 넘는 할아버지가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산행으로 '거지꼴'을 한 우리 모습을 보더니 마당에 열린 감을 따먹으랍니다. 할아버지는 Doug를 보더니 연신 "America! Thank you!"를 연발합니다. 한국전쟁때 참전, 미군과 같이 전투를 했답니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미국은 우리의 은혜로운나 라이며, 미국이 우리를 잘살게 해줘야 한다고 Doug를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합니다. 아마도 그 당시 고생스럽던 경험은 우리도 잘 살아야 한다는 조국애를 심어줬지만 그 역할은 생사를 같이 했던 강대국 미국이 없이는 안된다는, 정지해버린 50년대 애국심의 잔상은 아닐런지요?
Doug는 Tiger's Back(호랑이의 등)이라는 제목으로 자기 블로그에 백두대간을 걷고 느낀 점을 썻습니다. 자연의 웅장함과 그와 함께 사라져가는 산기슭 사람들에 대해 글을 남긴 것을 읽고는 자연의 유구함과 인간의 유한함의 차이만큼 많은 생각을 갖게 하더군요
사진 8: 이기령 산기슭에서 여생을 살아가는 한국전쟁 참전 용사 할아버지. 이 집은 자신의 조상 대대로 살아온 집이라고 합니다. 이제 이 할아버지마저 세상을 뜨면 또 다른 역사가 사라지는 꼴입니다
사진 9: 코다리찜. 동해시로 내려와 먹은 이동네 맛집입니다. Doug도 맛을 보더니 훌륭한 recipe라고 합니다. 그러면 진짜 맛있는 거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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