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일본 가정식요리 음식점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라멘은 많이 먹어봤는데 가정식요리도 먹어보고싶네요...
밥심은국력 | 2011.08.10
질문자 인사질문자에 의해 채택되어 씨앗 10개를 드립니다.
< 와노 >
삼청동에 있는 일본 가정식 요리집인데, 정확히 말하면 가이세키 요리입니다.
가이세키 요리는 에도시대부터 연회요리에 이용하는 정식요리인데, 이것이
결혼식이나 공식연회, 손님 접대에 사용하는 요리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겹치는 요리나 색감이 없게 만드는 것부터 담는 그릇까지 신경쓰는 일본다운
요리를 맛볼 수 있습니다.
3종 쯔게모노부터, 조림, 꼬치, 소바, 튀김 등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습니다.
위치는 감사원 가는 길 용수산 위에 있습니다.
전화 725-7881
나름 남영역과는 인연이 있다. 1996년에 중딩 친구가 내가 커밍아웃을 하기전에
여자를 소개시켜줬던 당시 잘나가던 카페가 보디가드의 남영점이었고,
1998년에 건축기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다녔던 학원이 있는 곳이 바로 이 남영역이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데이트 코스 및 접대코스로 잘 이용하는 일식가정식 요리 전문점인
쯔쿠시가 이 남영역에 있다.
이 쯔쿠시에 가기 위해서는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이나 삼각지역을 이용할 수도 있으나
남영역에서 나와서 숙대 방향 반대편의 서울역 방향으로 올라가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일 듯 싶다.
삼거리에서 건널목을 건너서 좌향좌를 하여 약 20-30m를 걸어 내려오면 안경마트가
보이고 요 골목에서 다시 좌회전을 하여 골목길로 들어가면
일어와 한글로 표기된 검정색과 흰색의 단조로운 간판이 작은 단층 건물에 붙어있다.
간판 뿐만 아니라 일식집 특유의 빨간 등도 걸려 있는데다가 골목 깊숙이 들어가지도
않으므로 찾기는 매우 쉽다.
그러나 겉에서 보기에는 단층건물 같지만,실제로 안에 들어가서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2층에 작은 다다미방이 있다는 사실!
진짜 일본에 있는 가게처럼 현관은 매우 비좁고, 여기 저기 뭔지 모를 박스들이
쌓여있으며 어딘지 모를 일본의 성이 그려진 약간은 키치적인 느낌의
달력이 걸려져 있다.
가게에 들어서면 현관만큼이나 비좁은 카운터 옆에 작은 테이블이 세개 정도 놓여져 있고
로바다야끼처럼 다다미로 짜여진 마루에 앉을 수 있는 조금은 큰 테이블이 세개 정도
설치되어 있다. 지극히 일본적인 등들과 함께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벽장을 빼곡히 채운
포스트잍이 붙여진 술병들이다.
가격은 조금 비싼편이지만 A4용지 한페이지 가득한 꽤나 많은 일본 전통주들을
보유하고 있고, 자신의 취향에 따라 술을 마시다 보니 애주가들의 방문 또한 잦고
그들을 위해 일종의 키핑 서비스를 해주기 때문에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들은 천장의 턱에 붙어 있는 수많은 사인들...
개인적으로 별로 신뢰하지 않는 소위 TV에 나온 맛집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경박한 TV화면을 찍은 사진들을 대신하여 이집에는 방문한 정계, 재계, 방송인 등
유명인사들의 사인들이 장식 되어 있다.
이 쯔쿠시의 또 한가지 특이한 점은 출입구 바로 옆 좌석에 붙어 있는 잡지책에서
오려진 기사에서 찾을 수 있다.
성함은 모르지만 이 가게의 주인장은 원래 일본인 카톨릭 수사이셨다고 한다.
정확한 연대와 명칭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1980년대인지 1990년대인지
카톨릭 교회에서 주관하는 각국 수사들의 교류 프로그램에 의해 한국을 방문하셨다가
명동성당에서 농성중인 노동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시다가 결국 수도승 생활을
접으시고 이 가게를 운영하시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아주 화려하고 푸짐한 일본의 정초음식같은 것 보다는 가정식 메뉴가
많이 준비되어 있다. 그렇다고 이곳의 음식들이 화려하거나 아름답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누군가 이 집을 방문한다면 내가 추천해주고 싶은 요리를 몇가지 꼽아 보라고 한다면
나는 제일 먼저 청어회를 추천할 것이다. 일본에서 직접 수입하는 이 회는 숙성회로서
하얀 청어살과 치자물을 들인 듯 선명한 노란색의 청어알이 매우 인상적이어서
식욕을 돋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날은 준비된 청어회가 없어서 패스...
그외에 일본식 반찬 중의 하나인 쇠고기감자조림과 굴튀김도 꽤나 맛있는 편이다.
옅은 간장베이스의 심심한 감자조림은 밥반찬으로도 술안주로도 훌륭하며,
굴튀김은 적당히 튀겨내어 튀김옷은 바삭하고 굴의 단백질이 적당히 변성되어
풍부한 맛을 내주며 수분도 촉촉해서 튀김을 베어 물었을 때 마치 미더덕을 씹을 때
같이 육즙이 풍부하게 배어 나온다.
앞서 소개한 굴튀김과 함께 주문한 메뉴는 처음도전하는 챠슈 직화구이!
챠슈란 일종의 장조림이라고 해야 할까? 삼겹살이나 목살을 간장에 재워 차게
식혀둔 요리로 주로 일식 라멘을 먹을 때 고명으로 올라가곤 한다.
이 덩어리진 챠슈를 직화로 한번 구워서 얇게 썰은 후 된장 소스와
참깨와 흑임자를 흩뿌려 마무리한 이 음식은 이 가게에 대한 나의 신뢰도 만큼이나
만족한 맛을 보여줬다.
사람에 따라서 혹은 주머니 사정에 따라서 다르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 집은
가볍게 들어가서 먹기에는 꽤나 부담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사케의 종류는 많지만
가격이 꽤나 비싼편이라 750ml 정도 되는 청주 한병이 제일 싼 것이 40,000원이 훌쩍 넘어간다.
대포를 주문을 하면 좋은 청주가 따뜻하게 덥혀져서 복어지느러미를 태워서
기분 좋은 향을 내며 테이블에 놓이지만 한잔의 가격은 11,000원이다.
수퍼짬뽕은 7,000원인가 8,000원이니 한끼 식사로 조금 사치스럽지만 쉽게
즐길 수 있다고 생각되지만 다른 요리는 양도 작은 편이고, 요리의 가격들도
결코 싼편이 아니다. 참고로 이날 나와의 약속을 서너번 어겨 밥을 사야했떤 친구가
굴튀김, 챠슈구이, 청주한병에 대한 가격으로 지불해야 했던 돈은 약 100,000원 가량이었다.
빤한 직장인들의 주머니 사정에 자주갈 수 있는 곳은 아닐런지도 모르지만
가끔은 정말 맛난 일식 가정요리가 먹고 싶다거나, 돈에 관계없이 정말 마음 깊숙히
감사한 분을 모실 기회가 온다면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는데 지장이 없을 곳이라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