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포스팅이 9월이었다는 것이 참 놀랍다. 하루 하루가 지나가는 것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단순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다행히 몸은 건강하고, 졸업논문 계획서 제출 마감시한이 다음주 목요일이라는 것을 갑작스럽게 알게 되어 일단 일본어 공부는 잠시 쉬고 있다. 학생들 수업은 꾸준히 해 주고 있는데, 잠 잘 시간이 좀 줄어들어 만성 수면부족 상태다.
한편 요즘 한창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천연효모빵'. 김치국물이 몸에 좋다는 말에 다 먹고 남은 김치국물도 꼬박꼬박 모아두긴 했는데, 이 녀석을 어디다 써야 할 지 몰라 고민하고 있던 차에 우연히 김치국물로 발효시킨 반죽으로 빵을 구웠다는 분의 포스팅을 보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천연효모빵에 대해 본격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저녁시간에 계속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다 보니 저녁은 간단히 빵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워낙 유제품에 대한 말도 많고 원래가 설탕이나 버터를 많이 쓰지 않는 담백하고 고소한 곡물빵을 좋아하다 보니 안 그래도 직접 빵을 만들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던 차였다. 사실 천연효모빵에 대해서는 내가 좋아하는 만화책 중 하나인 '아빠는 요리사'에 실린 레시피를 읽은 적 있어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당시 그 레시피에는 이것 저것 들어가는 것이 많아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막상 이것저것 알아보니 간단하게 과일 등 발효가 가능한 재료와 물과 꿀(혹은 설탕)만 있으면 효모를 쉽게 배양할 수 있는 것 같아 우선 냉장고에서 너무 잘 익다 못해 문드러져 가고 있는 토마토를 이용해 시작해 보기로 했다. 궁금하거나 관심가는 게 있으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내 손으로 해 봐야 하는 성격 덕분에 다른 일들은 우선 뒷전이다.
재료는 토마토 160g, 물 300ml, 꿀 한 스푼 반.
설탕을 넣어도 되지만 집에 안 먹는 꿀이 있기에 아낌없이 넣었다.
하루가 지났더니 구멍을 뚫어 씌워 놓았던 랩에 습기가 송송 맺혔다.
이녀석들이 숨을 쉬나 싶어서 뿌듯하였다.
가끔씩 씌운 랩을 벗기고 나무젓가락으로 슬슬 섞어준다.
내친김에 홍차 효모액도 만들어 보았다.
얼그레이로 많이들 만드는 것 같던데, 아삼과 다즐링밖에 없어 뭘 할까 고민하다가
아삼은 요즘 밀크티를 만들어 먹느라 자주 쓰기에
상대적으로 잘 안 마시는 다즐링을 선택해 보았다.
마땅한 유리병이 없어 새우젓 병에다 담아놓았는데 병 크기가 좀 적은 듯 하여 걱정이다.
그래도 토마토보다 더 따뜻한 곳에 놓아두었더니 금방 습기가 송송 맺혔다.
효모액을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재료는 참으로 무궁무진하다. 덕분에 항상 음식물 쓰레기 통으로 직행하던 사과껍질, 포도껍질 하나도 그냥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한 동안은 이 녀석들 덕분에 심심하지는 않을 것 같아 즐겁다.
만들수도 있고 제과제빵기구파는곳에서 팔기도 해요~
미사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