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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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는 맛집이 많다. 대부분 맛집이 약간 과장하자면 TV 방송 몇번 타고 신문 기사 몇번 실린 것 정도는 기본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충무로 사랑방칼국수’는 남다르다. 매스컴을 통해 많이 소개되기도 했지만, 충무로 한 곳에서만 근 40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온 맛집은 많지 않아서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어머님의 따뜻한 손맛이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은 ‘집밥’이라고 한다. 그 말은 어머니가 해 주는 정성 담긴 밥이 가장 맛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랑방칼국수, 그곳에는 그런 따뜻한 손맛이 있다.
월요일 오후 4시 손님이 없을 한가한 시간에 약속을 잡고 식당에 들어섰으나 주인 아주머니는 전혀 한가해 보이지 않았다. 배추를 열심히 칼질하고 굵은 천일염을 술술 뿌리고 또다시 배추를 성글게 칼질하고... 그 일이 끝나자마자 알굵은 마늘을 광주리째 까기 시작했다.
칼국수집 39년. 20대 초반에 먹고 살려고 칼국수집을 시작해서 이제 60이라는 나이임에도 그 세월이 마냥 힘들지는 않았던 양 주인 아주머니는 선하고 고운 인상이다. 잘 웃고 잘 감탄하고 잘 즐거워하고... 얘기를 나누는 동안이 마치 동네에서 가장 편한 사랑방에 들린 느낌이다.
동네 사람들이 고춧가루 하나를 빌려도 꼭 이곳으로 온다니 가게 이름이 괜히 ‘사랑방’칼국수가 아니긴 아닌가 보다. 1970년대 국수먹는날(수요일, 토요일) 줄서서 칼국수를 먹던 옛날 단골들이, 이민가 있는 미국이나 일본에서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잊지 않고 찾아오는 것도 사랑방칼국수의 맛은 물론 이 아늑한 느낌을 잊지 못해서가 아닐까!
사랑방칼국수의 대표 음식은 칼국수이다. 20년 이상된 찌그러진 양철 냄비에 담긴 멸치국물 칼국수는, 감칠맛나는 뜨끈한 멸치국물에 부들부들한 칼국수면이 푸짐하게 담겨 있고 김과 고춧가루, 쑥갓, 깨 등이 적당량 올려진다. 식성에 따라 대파가 쑹덩쑹덩 들어 있는 양념장을 끼얹어 먹을 수도 있다. 칼국수를 한 젓가락 집어 올려 ‘후루룩’ 먹으면 부들부들한 면이 빈 속에도 자극없을 듯 들어간다. 국물까지 쭈욱 마시고 나면 절로 ‘맛있다’는 소리가 나온다. 위를 포근하게 감싸 주는 듯, 몸속에 평온이 찾아 오는 느낌이다.
닭 한 마리를 통째 삶아낸 통닭백숙도 별미다. 몇년 전부터 저녁 손님을 위해 시작한 새로운 메뉴지만 통닭백숙의 인기는 이미 칼국수 못지 않다.
잡냄새라곤 없이 푸욱~ 고아진 통닭백숙이 양철쟁반에 떡 하니 올려져 나오고, 이를 큰 포크로 죽죽 찢으면 닭살이 술술 발라진다. 채썬 싱싱한 생파를 넣은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고소한 닭살이 상큼하고 개운한 생파와 초고추장 맛과 어우러져 아무리 먹어도 지겹지가 않다. 술안주로도 딱일 듯.
사실 맛집에 왔으니 이 질문을 안 하고 넘어갈 순 없다. 바로 맛의 비결 말이다. “아유, 비결이랄 게 정말 없다니까. 그냥 멸치국물 내서 하는 건데 뭐”.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말이 정답일 것이다. 좋은 재료로 정직하게 만드는데 당연히 맛있지 않겠는가!
직접 절인 배추김치, 직접 깐 마늘... 하지만 이렇게 많은 재료를 직접 손질하려면 힘들지 않냐고 물어봤다. “아니. 일이 재미있어. 그리고 다듬어 놓은 걸 사서 하면 왠지 안 좋고 맛도 없을 거 같아서...”. 충무로 사랑방칼국수, 그곳에는 어머니의 따뜻한 손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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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이
